오늘 아침 시원히 속을 비웠다면, 누군가의 부러움을 살 일이다. 화장실에서 ‘큰일’ 보는 횟수는 만인의 관심사다. 며칠째 변을 보지 못하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변비의 명확한 기준은 뭘까. 시중에 나와있는 수많은 유산균, 식이섬유는 변비 탈출을 도와줄까. △권계숙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정혜경 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이광재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게 물었다.
우리집 화장실이 아니면 변이 잘 안 나와요. 이유가 뭘까요.
이 교수: 사람이 낯선 환경에 가서 긴장을 하면 자율신경의 기능 이상이 나타납니다. 항문괄약근과 치골직장근 이완이 잘 되지 않아서 변 배출에 지장을 줍니다. 또 낯선 환경에서 변의를 무시하고 참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반복되면 직장 감각이 둔해지고 자연스런 배변 반사가 잘 안 일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긴장을 덜 하려 노력하고, 변의를 느끼면 참지 말고 바로 바로 화장실을 가면 변비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가 있습니다.
권 교수: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에서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옵니다. 위 운동이나 장 운동에 영향을 주는데요. 스트레스 호르몬은 장 운동을 촉진하거나 혹은 저해합니다. 사람마다 달라요. 중요한 일 앞두고 화장실을 자꾸 가거나, 어디 놀러 갔는데 배가 싸르르 아프거나 하는 경우가 모두 같은 원리입니다.
변비의 명확한 기준을 알고 싶습니다.
권 교수: 많은 분들이 매일 변을 못 보면 변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횟수는 여러 변비 진단 기준 중 하나일 뿐입니다. 의학적으로 1) 대변 보는 횟수가 일주일에 한 두번 2) 대변량이 달걀 하나 크기도 안되는 30~35g 정도의 소량 3) 대변을 다 봤는데도 변이 남아 있는 느낌, 즉 잔변감을 느낄 경우 4) 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이 들어갈 경우 5) 단단한 변이 나올 경우 5가지 중 2가지 이상이면 변비라고 진단합니다. 즉 3일에 한 번 변을 봐도 시원하고 굵게 나온다면 변비가 아니라는 뜻이죠.
성인의 경우 정상적인 하루 대변 횟수는 몇 번 일까요.
정 교수: 배변 횟수만으로 정상인지 아닌지를 이야기 하기는 어려운데요. 다만 하루 3회 초과, 주 3회 미만의 배변을 보는 경우 비정상의 범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변비를 방치하면 대장암으로 이어질 수 있나요.
이 교수: 변비 자체가 대장암을 유발한다는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음식이 소화되면서 발생되는 유해물질이나 음식 중에 들어있는 발암물질들이 변비로 인해서 배출이 잘 되지 않고 오랫동안 대장점막에 노출이 되면 암의 발생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대장암이 발생하면 변비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변비 증상이 생기거나 지속되는 경우, 검사에서 대장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변비를 부추기는 안 좋은 습관은 무엇일까요.
정 교수: 식사량이 가장 중요합니다. 소식을 하면 대변을 만들 재료가 부족해집니다. 식사 구성도 중요합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먹지않고 단순 탄수화물이나 육식 등 단백질만을 섭취하면 소장에서 대부분 소화가 됩니다. 잔변이 남지 않고 대장으로 넘어오고, 이렇게 대변량이 적은 경우 대장을 서서히 통과합니다. 그럼 수분 흡수가 진행돼 소량의 단단한 변이 형성되고 배변 횟수가 감소하게 됩니다.
권 교수: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 과일과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으면 장이 잘 움직이지 않아 변이 딱딱해지고 변 보기가 힘들어집니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느라 잘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은 틈틈히 짬을 내 걷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이 걸으면 복근을 써서 장 운동도 같이 되기 때문이죠.
유산균과 식이섬유를 사 먹으면 변비에 도움이 될까요.
이 교수: 시중에 나와 있는 유산균은 종류가 매우 많고 다양합니다. 변비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각 균주의 기능에 대해서 충분한 검증이 안된 경우가 많고, 특히 변비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근거가 아직은 부족한 상황입니다. 식이섬유는 야채류, 해조류, 나물류, 잡곡밥, 두류, 과일류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 섭취를 통해서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식이섬유를 보충하면 변비에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권 교수: 유산균으로 변비나 설사를 치료할 수 있다는 명확한 효과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습니다. 유산균은 장내 환경을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는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건강한 분이라면 굳이 유산균을 먹지 않아도 됩니다. 장에 이미 좋은 유산균이 많이 있고, 김치·된장 등 발효 식품에 유산균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유산균을 처방할 때는 좋은 유산균이 없어질 만한 상황, 예를 들면 환자에게 항생제를 오랫동안 처방하는 경우입니다. 식이섬유도 마찬가지인데요. 과일, 야채를 잘 먹으면 굳이 돈 주고 따로 사먹을 필요가 없겠죠. 이미 구입한 분들이라면 매일매일 챙겨먹을 필요까지는 없고, 식이섬유 섭취가 좀 부족하다 싶은 날 그때그때 챙겨먹으면 됩니다.
그랬구나. 낯선 환경에서 통 신호가 오지 않는다면 스트레스 때문이다. 하루 이틀 건너 뛰었다고 변비를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유산균과 식이섬유는 음식으로 잘 챙겨먹으면 굳이 돈 주고 사먹을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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