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보의 없는 보건지소 340곳… 농어촌 의료공백 ‘비상’

[단독] 공보의 없는 보건지소 340곳… 농어촌 의료공백 ‘비상’

배치 대상 전국 보건지소 중 27% 공보의 없어
신규 공보의 중 산부인과·응급의학과 전문의 ‘0명’
“공보의, 의료 취약지서 중요 역할… 복무기간 2년으로 단축해야”
김원이 의원 “지방 공공의료원 처우 개선 등 근본 대책 필요”

기사승인 2023-06-26 06:05:05
시도별 공중보건의사 미배치 보건지소 현황.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섬이나 산마을 같은 의료취약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줄어들면서 보건지소에 의사가 없는 탓이다. 의과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곳은 순회진료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공보의 처우 개선 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역 의료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가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침상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지소 중 27%는 공보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보의는 군 복무 대신 농어촌 보건소나 공공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자격 보유자를 말한다.

공보의 배치 대상 보건지소 1217곳 중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은 보건지소는 340곳이었다. 지난 5월 기준 △충북 91곳 중 40곳 △충남 147곳 중 40곳 △전북 147곳 중 53곳 △전남 210곳 중 45곳 △경남 163곳 중 48곳 △경북 217곳 중 53곳 △강원 97곳 중 25곳 △경기 96곳 중 26곳 △세종 9곳 중 3곳 △울산 7곳 중 2곳 △인천 22곳 중 4곳 등엔 공보의가 배치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공보의가 덜 필요한 지역의 숫자를 줄여 꼭 필요한 지역에 배치하는 등 운영지침을 대대적으로 개선한 바 있다. 인구 30만명 이상의 도시에 있는 보건소 등을 의과 공보의 배치 대상에서 제외했음에도,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의 비율이 30% 가까이 된다. 기존 공보의를 다른 보건지소로 순회진료하도록 하는 것 외에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2023 신규 공중보건의사 전문 진료과목 구성.   그래픽=이승렬 디자이너

특히 필수의료 과목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올해 신규 공보의 중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단 1명도 없었으며, 내과는 1명뿐이다.

의과 공보의 449명 중 전문의는 175명으로 전공과목별로 △마취통증의학과 45명 △성형외과 33명 △소아청소년과 31명 △비뇨기과 11명 △피부과 11명 △안과 9명 △재활의학과 8명 △직업환경의학과 8명 △흉부외과 6명 △신경외과 4명 △영상의학과 4명 △방사선종양학과 2명 △내과 1명 △병리과 1명 △핵의학과 1명 순이었다.

전체적인 의과 공보의 수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의과 공보의는 지난 2013년 851명에서 2023년 449명으로, 10년 만에 47.2%가 줄었다. 공보의 감소가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공보의나 군의관 대신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경향 때문이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대공협) 등이 지난달 18~31일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전국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 13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74.7%가 일반 병사 입대 의사를 표했다. 현역 입대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장기간 복무에 대한 부담(98.2%)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개선되지 않는 처우(65.4%) △불합리한 병역 분류(30.7%)가 뒤를 이었다.

현역 입대 군 복무기간이 최근 단축됐지만, 공보의와 군의관 복무기간은 그대로다. 공보의 복무기간은 37개월(군의관 38개월)인 반면, 현역 병사는 18개월로 2배 넘게 차이 난다. 금전적 보상 역시 윤석열 정부에서 오는 2025년까지 병사 월급(지원금 포함)을 205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반면, 공보의는 일반의 기본급 기준 206만원을 받아 차이가 크지 않다. 

의료현장에선 당장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산청군보건의료원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공보의 복무가 끝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내과 전문의가 공석이었다. 연봉 3억6000만원을 내걸고 5차 공모를 내건 끝에 겨우 자리를 채웠다. 의사가 부족한 탓에 응급실 운영도 차질을 빚고 있어 산청군은 보건지소 4곳에 배치된 공보의를 응급실로 배치했다.

신정환 대공협회장은 “소아과 대란이라고 하는데, 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들이 3년간 전문과목과 관련 없는 치매, 당뇨, 고혈압 등을 보고 있다. 의사들 입장에선 3년을 허비하는 셈”이라며 “총 2년 정도 복무한다면, 전공의 과정에 다시 들어갈 때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12개월 단축을 바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보의 수가 줄어들면 산청군보건의료원 같은 일들이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면서 “공보의가 의료취약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처우 개선이 동반되지 않으면 국가 보건에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복지부는 신규 공보의 감소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다음달 중 ‘공중보건의사 배치 기준 마련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원인을 찾고 향후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보의 미배치 보건지소가 가장 많은 해”라며 “지역의료원에 전문의가 부족한 경우 공보의가 그 역할을 대신했는데, 최근 공보의가 줄어들어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월 중 연구용역을 진행해 공보의 감소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이를 해소하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살펴볼 것”이라며 “복무기간 단축은 국방부와 함께 협의해야 할 사안이라 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방의료 공백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보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면서 산간벽지의 의료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방 공공의료기관 의사 처우 개선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는 의사 증원과 함께 전남 등 의대 없는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대 신설, 지역의사제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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