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눈물나네 ㅠㅠ, 장사혀서 먹고 산다는게 가게 채려서 식구들 건사헌다는게 월매나 심들고 고생인 질인디 그런 사람들을 등처먹어? 국가는 방관허고” (임건순 작가)
정부가 보이스피싱 구제 제도를 악용한 ‘통장 협박’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법 개정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동양철학자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임건순 작가도 최근 ‘통장 협박’ 피해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예방을 위해 신속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8일 임건순 작가의 SNS를 보면 “현재 보이스피싱에 물린 상태다. 돈을 날린 건 아니지만 입출금 메인 통장이 3개월가량 유령이 되게 생겼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그는 “최대 3개월까지 조정 기간이고 뭐고 해서 시간이 소요되고 메이저 통장은 유령이 되는데 한마디로 소상공인은 죽으라는 거다”라며 “3개월이 뭔가 한 달만 아니 보름만 통장이 OUT 되어도 자영업자는 벼랑 끝으로 가게 되는데”라고 토로했다.
임 작가가 피해를 본 ‘통장 협박’은 계좌가 공개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이 주 피해 대상이다. 임 작가도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우리은행 계좌가 범행에 이용되며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장 협박은 범인이 피해자 A의 스마트폰을 해킹하거나 속여 피해자 B의 계좌로 돈을 입금하게 만들고, 피해를 인지한 피해자 A가 이를 신고하면 피해자 B의 계좌가 지급정지되는 구조다. 이때 범인은 피해자 B에게 지급정지를 풀어주겠다며 금전을 요구한다.
통장 협박 피해자가 범인에게 돈을 입금해도 계좌의 지급정지는 풀리지 않는다. 신고자가 피해자 A인 만큼 A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은행에 ‘이의 제기’를 하거나 은행이 피해자 간 ‘중재’에 나서 합의를 끌어내는 경우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범인들이 돈을 이체하게 만들 때 여러 계좌로 이체를 유도하거나 통장협박에 당한 피해자의 계좌에 있던 돈이 다른 사람의 계좌로 또다시 이체되는 경우 합의가 복잡하다”며 “보이스피싱이나 해킹에 당한 피해자들은 수취인도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당이라는 의심을 가지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의 제기에 대해서는 “은행이 이의 제기를 접수하면 금감원에 이를 보고하고, 금감원이 판단을 내려줘야 하지만 금감원은 은행이 판단을 내려주길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법기관이 아닌 은행의 직원이 향후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결국 ‘통장 협박’ 피해자는 피해금 환급 절차가 종료되는 대략 3개월가량 계좌를 이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올해 2월 여당과 함께 지급정지 대상을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한정하는 지급정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정의 대응 방안 발표 이후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제도 개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이 지연된 결과다. 대응방안 발표 이후 5개월이 지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대표발의 했다. 다만 이마저도 현재 정무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 없이 머물러 있는 상태다.
올해 국회 통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무위 관계자는 “현재 해당 개정안은 정무위 법안 소위에도 올라와 있지 않다”며 “올해 안으로 처리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묻지마 계좌정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의 3조와 4조에 의한 조치라 하는데 애초에 그 법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국민을 보호하고 손실을 최소화화겠다고 만들어졌지만 심각하게 악용되고 있다”며 “외려 또 다른 보이스피싱의 강력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신속한 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