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재정 정책 ‘불균형’ 속 한국은행의 선택은

통화·재정 정책 ‘불균형’ 속 한국은행의 선택은

한은, 가계부채 주 요인 “정부 규제 완화·대출금리 하락 기인” 지적
김주현 금융위원장, 국감서 “한은, 서민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 비판
19일 금통위, 금리 인상 압력 속 ‘동결’ 전망 우세

기사승인 2023-10-17 06:00:48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동운 기자

가계대출 급증의 원인과 책임에 대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부채 증가의 원인에 대해 정부의 규제 완화가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한은은 서민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있다. 앞서 한은은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금리 조정을 통한 개입을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사이 가계부채 급증 원인을 두고 서로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한국은행은 지난달 14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대출 증가는 주로 정부의 규제 완화 등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 기대 강화, 정책 지원, 대출금리 하락 등에 기인한다”고 지적하며 포문을 열었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 물가는 대체로 당초 전망경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커졌다”며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면서 정책목표 간 상충관계가 심화한 것으로 판단해 향후 대내외 여건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정책에 따른 민간 부채 증가를 꼬집었다. 그는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민간 부채 증가세 지속, 수도권 주택가격의 상승세 확대 등으로 실물과 금융간 불균형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가계부채는 정책금융 지원 등 공급 요인과 주택가격 상승 기대에 따른 수요요인이 중첩돼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은의 지적에 대해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불편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국정감사장에서 김 위원장은 “한은은 물가와 환율, 시장 안정을 통해 일관적으로 금리 정책을 가져가는 곳”이라며 “한은은 서민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   쿠키뉴스 자료사진

김 위원장은 가계빚 증가를 억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자 부담이 높아진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부동산 연착륙을 하겠다며 다시 부동산 매매를 활성화시키면 모순되는 정책 아니냐는 지적에는 “정책 모순이라는 말은 공감하지 않는다”며 “부채가 많으니 줄여야 된다는 기본원칙은 누구라도 동의하는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나 여러 곳에서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미묘한’ 신경전이 점차 표면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가 오는 19일 열린다.

지난 8월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가계부채 연착륙이 제겐 한국은행 총재가 된 이유 중 하나”라며 “미시적 정책을 통해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해보고 더 많이 증가한다거나 시장 반응이 부족하면 거시적 정책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미시적 금융을 다루는 금융위원회의 정책으로도 가계대출 억제가 안된다면 거시적 금융정책(금리조정)을 다루는 한국은행이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요인들은 많다. 대표적으로 줄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가 있다. 전 금융권 9월 가계대출은 2조4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폭은 지난달보다 감소했지만 가계대출의 주 요인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폭이 5조7000억원으로 여전히 높다. 또한 기준금리 등락의 주요 요인인 소비자물가지수의 경우 지난달 112.99(2020년=100)로 전년동월 대비 3.7% 올랐다. 이는 전월 대비 0.3%p 오른 수치이며, 지난 4월(3.7%)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7월(6.3%) 정점을 찍고 올해 7월 2.3%까지 내려왔다.

다만 금융권 전문가들은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금리 동결론에 힘이 실리는 건 국내 경기가 부진하기 때문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예정된 금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만장일치 동결(3.50%)과 전망을 유지하며 위원들의 금리 전망(전원 3.75% 가능성을 열어두는)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연구원은 “물가와 경제는 대체로 경로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가격상승률은 둔화하겠지만 속도가 느리고 경기는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회복세가 유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3% 안팎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물가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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