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빈부격차?…잘 사는 동네엔 병원도 많다

의료도 빈부격차?…잘 사는 동네엔 병원도 많다

고가주택 지역, 저가주택 지역보다 병원 70%·의사 2배 더 많아
국토연구원 “저가주택 지역에 공공병원 설치 우선해야”
전문가 “취약계층 밀집지역, 공공의료 서비스 수요 높아”

기사승인 2024-01-10 06:00:41
서울특별시 기초구역별 병의원까지 거리. 국토연구원

지역 간 격차 뿐 아니라 도시 안에서도 의료 격차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내 고가주택이 모여 있는 지역의 인구 대비 병원 수, 의사 수가 저가주택 지역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가주택 밀집지역에 공공병원을 설치해 의료 서비스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9일 국토연구원의 ‘도시 내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 간 거주환경 격차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집값 격차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 지표 중 하나가 ‘보건’ 분야였다. 

연구진은 서울 내 기초지역을 고가주택 군집지역과 저가주택 군집지역으로 분류했다. 고가주택 군집지역은 455개, 저가주택 군집지역은 1025개였다. 고가주택 군집지역의 평균 주택 공시가격은 약 13억원, 저가주택은 약 2억원이다.

조사 결과, 고가주택 지역에 위치한 병의원 수가 저가주택 지역보다 70%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 지역의 병원 수는 2547개, 저가주택 지역의 병원은 2521개로 집계됐다. 인구 1만명당 병의원 수는 고가주택 지역은 25.5개, 저가주택 지역은 14.9개였다. 

의사 수도 마찬가지였다. 고가주택과 저가주택의 의사 수는 각각 5095명과 3742명으로 조사됐다.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고가주택 지역은 50.9명, 저가주택 지역은 22.2명으로 2배 이상 차이 났다. 

반면 인구 대비 응급실 수는 저가주택 지역에 더 많았고, 가장 가까운 응급실까지의 거리도 더 짧게 나타났다. 인구 100만명당 응급실 수를 보면, 고가주택 지역은 3.0곳, 저가주택은 4.7곳이었다. 지역별 평균 응급실까지의 거리 역시 고가주택 지역은 1451.77m, 저가주택은 1261.29m로, 고가주택 지역에 사는 사람은 평균 190.5m를 더 걸어야 응급실에 갈 수 있다.

이같은 격차를 줄이기 위해선 저가주택 지역에 공공병원이나 의료원을 설치 우선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로 지역 간 격차 뿐 아니라 도시 내에서의 상대적 격차도 심각함을 알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병의원의 입지는 주로 민간 부문에서 이뤄지므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으나, 국가 혹은 지자체가 병원 혹은 의료원을 저가주택 군집지역에 설치해 지역 간 격차를 좁힐 수 있다”며 “서울시의 경우 2개 의료원을 운영 중인데 저가주택 군집지역 중 특히 병의원 수가 부족한 곳에 추가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 역시 저소득층을 위해 공공의료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공공의료원이 저소득층, 장애인, 홈리스, 이주민, 인체 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 등 진료를 전담하고 있다”며 “취약계층 밀집지역은 공공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더 높다. 민간병원에선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환자들의 진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선 공공병원 설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병의원을 규모별, 과별 등으로 구분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고가주택 밀집지역인 강남구·서초구·송파구 등에는 비필수 분야인 미용이나 비급여 의료행위를 주로 하는 피부과, 성형외과 등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또 응급실 수는 저가주택 지역에 더 많아, 저소득층이 필수의료 분야 병의원 이용이 힘들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 국장은 “응급실 수 지표를 보면, 저소득층이 이용할 수 있는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적다고 보기엔 자료가 충분치 않다”며 “한국에는 피부·미용·성형이나 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강남 등에 밀집돼 있어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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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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