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푼다면서…’ 은행들 중기대출 눈치보기 여전

’돈 푼다면서…’ 은행들 중기대출 눈치보기 여전

기사승인 2009-01-18 17:55:01

[쿠키 경제] 정부와 금융당국이 중소기업에 대한 설 자금지원을 독려하고 있지만 자금난은 여전하다. 금융당국의 질책에 지난해 설명절 때보다 2배에 가까운 지원 계획을 밝혔던 은행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높아지면서 주머니를 제대로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속화되는 금융당국의 독려=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책은행과 시중, 지방은행 및 농협과 수협을 포함한 17개 은행의 올 설 자금지원 금액은 9조1450억원으로 지난해 설에 실제 지원된 5조167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특히 은행들은 이중 7조원을 중소기업에 배정한 상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지원 규모보다 3배가 넘는 2조6000억원의 지원 계획을 밝혔다. 산업은행은 2조원을 설 자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했고 국민·기업·하나은행도 나란히 1조원을 약속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에 대한 구두성 압박에 그치지 않고 아예 ‘원스톱 현장 금융지원반’을 설치, 운영하기로 했다. 금융기관 및 신용보증기관과 함께 현장에 나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독려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24군데에 지원반을 설치해 23일까지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애로 상담, 보증 및 대출 등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 눈치보기는 여전=그러나 은행 일부에서는 여전히 계산기만 두드리고 있다. 건설·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이 한창이고 감독당국이 중견 및 대기업 그룹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상황 속에서 섣불리 대출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 주주들을 중심으로 올해 하락할 경제성장률 만큼 중소기업 대출도 다소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당국에 대한 볼멘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12%로 맞추라며 후순위채며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열을 올리게 했던 금융당국이 올들어 “10%면 충분하다”고 갑작스레 입장을 선회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집중적으로 후순위채와 하이브리드채를 발행했던 은행들은 이자 부담에 내몰리게 됐다. 대신증권은 9개 주요 은행이 지난해 4분기 11조40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지만 이에 대한 이자가 연간 8500억원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게다가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때맞춰 10개 국내은행의 신용등급 하향조정 검토에 돌입, 은행들의 주머니 옥죄기를 부추기고 있다. BIS 12%를 맞추기 위해 비싸게 조달한 자금을 시중금리가 하락한 상황에서 싸게 놰놔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건전성이 염려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꺼려질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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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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