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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문화]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다가 번역이 제대로 안돼 내던졌던 경험이 있지요. 그래서 세계문학전집 역시 이중 번역이 아니라 전공자들에 의한 철저한 번역이어야 한다는 주의를 내세운 거죠.”
세계문학전집 200권 출간의 기록을 세운 민음사의 박맹호(75·사진) 회장은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다닐 때 읽은 세계문학작품은 대개 중역된 것이었고 제대로 된 문장이 거의 없었다”며 “원어로 된 원작을, 해당 언어 전공자의
번역으로 출간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1998년 8월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로 시작된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은 허균의 ‘홍길동전’ 출간으로 통권 200권을 돌파했다. 35만부 가량이 팔린 ‘호밀밭의 파수꾼’을 비롯해 ‘오만과 편견’ ‘동물농장’ ‘파우스트’ ‘데미안’ 등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가들의 고전 외에도 페루 그리스 나이지리아 이스라엘 등 기존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제3세계 작가들의 작품도 적극적으로 선보였다. 국내 작품들은 100번째 책인 ‘춘향전’을 필두로 김만중의 ‘구운몽’, 이문열의 ‘황제를 위하여’ 등 모두 9권이 포함됐다.
한국 출판계의 원로이기도 한 박 회장은 “우리말이 변방 언어라 해외에 진출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일러스트레이션이나 동화가 외국에도 받아들여지기 쉽다는 점”이라며 “국가에서도 번역원 등을 설립해 지원하고 있지만 교육 체계에 이런 특화된 과정을 도입해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 진출을 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율과 환희는 모든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 제가 책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늘 그랬고, 지금도 새벽 4시면 일어나 신문의 출판, 문화면을 펼칩니다. 앞으로 몇백 권까지 이어질 지 모르겠지만 우리 작가들이 세계 작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국내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포함시킬 생각입니다. 이 점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다른 전집과 다른 점이 될 것입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은 올해 48권 34종이 더 출간돼 내년초에 250권에 도달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철훈 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