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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새 미국 대통령 만큼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미 대통령도 드물다.
에이브러햄 링컨(16대)부터 존 F 케네디(35대), 로널드 레이건(40대)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이 존경해 온 대통령들의 장점만 골라 비유돼 왔다. 그만큼 경제·외교적으로 추락한 미국의 위상 강화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걸고 있음을 반영한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검은 피부색을 갖고 태어난 오바마 대통령의 정체성 자체가 분열된 미국의 병리현상을 치유해줄 상징성도 드러내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취임식 행사의 주제인 ‘자유의 새로운 탄생’이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따온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은 변화와 희망을 기치로 인종차별 철폐를 한 단계 뛰어넘는 국민통합과 세대간 통합, 계층간 통합을 이끌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또 “보수의 미국도 없고 진보의 미국도 없다”면서 ‘우리는 하나’임을 강조, 이념에 이끌리지 않는 정책을 펴나갈 것을 표방해왔다.
대외적으로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일방외교로 실추된 미국의 도덕적 위상을 회복시키겠다는 화해 외교를 천명해 향후 미국의 대외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점점 높아가고 있다.
영국 BBC방송이 1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67%가 ‘미국이 대외관계를 강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6개월 전의 47%보다 크게 높아진 것이다. 그가 취임 초 단행할 쿠바 미군기지의 관타나모 수용소 폐지는 국민통합과 미국의 이미지 강화 효과를 한꺼번에 가져다줄 상징적 사건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부닥칠 현실엔 이 같은 이상(理想)을 이루기에 많은 장벽이 있다. 경제위기가 대선 승리의 원군이 됐지만 이제 대통령이 된 이상 그에게 짐으로 돌아왔다. 현재 경기침체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를 원만히 헤쳐나가지 못하면 그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눈처럼 녹아내릴 수 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과도한 탈규제 정책, 주택시장 침체에 기인한다. 이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에 진 빚을 겸손한 마음으로 갚아 나가겠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이어 ‘가자 사태’까지 터짐에 따라 중동문제는 취임 초부터 그에게 어려운 숙제를 던졌다. 취임 전 민감한 이들 사안에 대해 “미국 대통령은 한 명”이라며 한발짝 물러나 방관적 자세를 취했지만 이제부터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 자신이 취임 100일 동안 ‘허니문’을 마다하고 시급하고도 굵직한 현안들을 처리하겠다고 강조하면서 초당적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도 모든 사안이 간단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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