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용산 참사 소식에 정치권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치권은 20일 발빠르게 진상 조사에 착수했지만, 현장을 접한 여야의 표정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오후 용산구청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사고 현장을 찾았다. 개각 다음날 터진 대형 참사여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앞서 오전에는 정몽준 최고위원 등이 참사 현장에서 진상조사 활동을 벌였다. 박희태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사건경위를 보고받은 뒤 “참으로 안타깝고 비통한 일이 생겼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도 “빈곤층 대책을 세우라는 대통령 지시 직후에 발생한 일이라서 더욱 슬프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야권에 집중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걱정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일부에선 이번 참사가 ‘그리스식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비화될 가능성도 우려했다. 철거민이라는 사회 약자층을 대상으로 한 공권력의 과잉대응으로 참사가 발생한 점이 그리스 사태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 창립대회에서 이번 사건을 “과잉 진압”이라고 전제한 뒤 “경제위기와 사회혼란이 심화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정두언 의원도 “불길하다”고 했고, 정태근 의원은 “지도부가 희생하더라도 사회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이번 참사를 “MB식 강권통치가 빚은 불행한 참극”으로 규정하고, 김석기 서울청장과 원세훈 행정안전부장관의 즉각적인 해임을 촉구했다.
정세균 대표는 “박정희 시절에도 전두환·노태우 시절에도 이런 일은 없었다”며 “장관에서부터 청장에 이르기까지 확실한 책임추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번 개각을 ‘KKK(경북·고려대·공안통) 인사’로 규정한 민주당은 이번 참사를 통해 개각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킬 태세다. 민주당 진상조사위원장인 김종률 의원은 “용산경찰서장이 김 서울청장에게 경찰특공대 투입을 요청하고, 김 청장이 투입결정을 한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며 경찰청장으로 내정된 김 청장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서민을 길거리로 내푬고 몰아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뉴타운 사업이 가져온 예견된 참극”이라고 지적했다.
책임자 문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견이 엇갈렸다. 박 대표는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청장 내정자 문책 등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공세라고 지적했다. 반면 홍 원내대표는 “정치적 책임 물을 때는 진상규명 이전에 조속히 책임자 문책하고 후임자들이 민심수습을 해야 한다”며 “사고경위 여하를 불문하고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자 문책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1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원세훈 행안부 장관과 김 청장 등을 상대로 사고 원인과 대책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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