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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사에서 강조한 것은 미국의 재건이다. 안으로는 무너진 경제를 살리되 가진 자들만의 탐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경제적 평등을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외적으로는 미국이 모든 나라의 친구임을 천명, 화해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의 취임 연설은 미국인과 세계인에게 자신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구체적 정책 집행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저한 현실 인식=오바마는 미국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전쟁과 폭력, 증오, 무너진 경제로 인해 위기의 한가운데에 있으며 이런 어려움들이 실제 상황이라고 솔직히 진단했다. 이는 쉽사리 단시간에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지만 미국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려움보다는 희망, 갈등과 분열보다는 단결을 선택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모였다면서 먼지를 털고 일어나 미국을 재건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의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근면 정직 용기 페어플레이 인내 호기심 충성 애국심 등 전통적 가치로 돌아가 도전을 이겨내는 한편 새로운 시대의 책임감을 갖자고 강조했다.
오바마는 현재 경제위기가 탐욕과 무책임의 결과라고 지적, 시장경제에 투명성과 철저한 감시체제를 작동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정부가 너무 큰지, 아니면 너무 작은지에 관한 게 문제가 아니라 정부 기능이 작동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경제적 도그마에서 벗어난 실용적 정부론을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작은 정부론’을 주창하는 보수주의자의 시각은 물론 정부 기능 확대만을 주장해온 민주당 노선 등 양측에 대한 비판적 대안을 제시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경제의 성공 척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대표되는 규모보다는 모든 경제주체에 기회를 줄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해 경제정책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냈다. 물론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능동적 역할을 맡아 과감하고 신속한 행동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외유내강의 미국이 진정한 슈퍼파워=오바마는 세계를 이끌 지도국가로서 위상을 회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모든 나라의 친구”라고 대외에 천명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세계를 선과 악으로 양분시켜 악을 물리쳐야 할 대상으로 삼았던 점을 철저히 부정한 것이다.
또 그의 안보관은 미사일과 탱크 등 군사력만이 미국을 보호한다거나 미국 내키는 대로 행동하도록 권한을 부여받지도 않았다는 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군사력은 신중하게 사용될 때 더욱 강해지며 명분의 정당성이 있을 때만 미국의 안전이 담보된다는 설명이다. 실용주의를 통치철학이자 기본 가치로 내세울 것임을 보여준 셈이다.
핵위협을 줄이기 위해 전통적 우방은 물론 과거의 적국들과도 부단히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시사하는 바 크다. 북핵이나 이란핵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들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자회담식 다자협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점을 약속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슬람 세계에 대해서도 상호이해와 존중에 바탕해 “주먹을 펴면 손을 내밀겠다”고 화해의 손짓을 했다. 오바마는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 미국도 함께 변해야 한다는 말로 대외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테러 집단이나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하는 독재자들은 반드시 패배시키겠다고 말해 화해 외교가 자유 가치를 훼손하려는 세력까지 무조건 허용되지 않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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