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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경제]
한화그룹과 산업은행간 대우조선해양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양측은 이행보증금을 두고 지리한 법정다툼을 벌일 전망이다.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된 한화와 공기업 매각에 브레이크가 걸린 산은 모두 패자가 된 셈이다.
산업은행·한화 모두 패자
산은은 21일 이사회를 열고 한화와의 대우조선 매각 협상을 끝내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3000억여원의 이행보증금은 몰취하기로 했다. 대우조선 매각추진위원회는 "한화가 새로운 자금조달 계획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서 "분할인수 방안은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는 만큼 더 이상 협상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산은은 22일 향후 매각 방향을 밝힐 예정이다.
한화도 충격에 빠졌다. 사실상 매각이 결렬되면서 기업 이미지 하락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한화는 시장 상황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양해각서(MOU)를 파기했다. 향후 인수합병 시장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금융위기도 예측하지 못했으며 조선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던 전략도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그룹 차원의 '판단 미스'가 잇따르면서 역량 문제까지 거론됐다. 한화 관계자는 "산은이 급변한 국내 경제상황을 감안해주기를 기대했다"면서 "전사적으로 발벗고 나섰던 사안이 백지화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매각 협상 왜 무산됐나
포스코 GS그룹 한화 현대중공업 등 대기업들이 인수전을 치르면서 인수가격이 지나치게 올라갔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6조3000억원의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화는 알토란 같은 갤러리아 백화점까지 내놓으며 총력전을 펼쳤지만 이번엔 금융위기가 발목을 잡았다.
한화가 매각하려 했던 자산들이 줄줄이 저평가를 받은 데다 사려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다. 또 대우조선의 기업가치도 함께 하락하자 한화 내부에서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한화는 인수잔금 분할납부 등의 대안을 잇따라 제시했지만 산은은 거절했다. 예외를 인정했다가는 향후 소송 등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사모투자펀드(PEF)를 통해 한화 자산을 매입한 뒤 훗날 경기가 정상화되면 되팔아 차익을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이 역시 합의에 실패하면서 사태는 파국을 맞게 됐다.
이행보증금 놓고 법적공방 예고
한화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이행보증금 3000억여원을 돌려받기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대형 로펌인 김앤장에 법적 자문을 구했고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한화는 대우조선에 대한 정밀 심사를 못한 것이 본계약이 무산된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산은이 대우조선 노조에 '선 협상 후 실사'를 약속하면서 실사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산은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한화가 산은과 잔금납부 방식을 두고 핑퐁게임을 벌이던 와중에도 계속 실사 문제를 지적했던 것도 이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한화는 또 납부된 이행보증금이 벌금처럼 위약시 전액 물어야 되는 돈이 아니라 서로의 책임 비중에 따라 나눠가져야 할 자금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의 주장은 다르다. 우선 협상이 한화측의 귀책 사유로 종결됐고 인수에 진정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산은은 법정에서 한화가 의도적으로 산은에 책임을 떠넘기거나 인수를 포기하려 한 정황 등을 제시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황일송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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