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이 '설 숙제'를 고스란히 안고 연휴를 마무리했다.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거취, 행정안전부 장관 인선, 삐걱거리는 당·청 관계, 급속 하강하는 경제 등의 난제들은 연휴 이후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설 이후 국정 구상의 핵심은 김 내정자 거취에 대한 결론이다. 교체와 유임을 놓고 연휴 기간 내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청장 내정자 교체시 경찰 조직이 흔들릴 수 있고, 유임시 여론 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점이 이 대통령의 결단을 막고 있다. 특히 설 연휴기간 여론 수렴 결과 김 청장 퇴진 여론이 당초 예상보다는 심각하지 않다는 보고가 올라갔다는 얘기도 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선 여전히 교체론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유임론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검찰 수사 결과의 윤곽이 잡힌 뒤 결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7일 "진상규명이 우선이었던만큼 검찰 수사 결과가 교체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선 당 출신 인사 기용 여부가 고심 포인트다. 삐걱거리고 있는 당·청 관계를 바로잡기 위해선 정치인 기용이 필요하다는 건의가 연휴 기간에도 계속 올라갔다고 한다. 친 박근혜계와의 정면충돌을 피하는 카드로도 활용 가능하다. 2월 임시국회 전략과도 맞물려 있어 정치인 기용 여부를 적극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의도식 정치'를 거부해온 이 대통령이 태도를 바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음달 5일로 확정된 한나라당 최고위원 및 중진의원단과의 오찬 회동이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의 독대 여부도 주목된다. 향후 당·청 관계의 큰 그림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맹형규 청와대 정무수석과 박 전 대표측 유정복 의원이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설 이후 국정 구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 하강 속도다. 재정의 조기 집행 등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다. 경제 위기가 더욱 가속화될 경우 각종 개혁작업들이 표류하고, 국정 운영 기반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특히 중소기업 부도에 이은 대규모 해고 사태 등으로 반정부 기류가 확산될 경우 '제2의 촛불'이 등장할 수도 있다는 어두운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이 대통령의 설 구상에 특단의 경제 살리기 대책이 포함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각종 현안 해법에서 타이밍을 놓쳤다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현안 하나하나가 파괴력이 큰 만큼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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