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검거했던 강대원 전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장은 2일 연쇄 살인범 강호순은 완전 범죄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신을 크게 훼손하지 않은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강호순과 유영철은 같은 연쇄 살인을 저질렀고, 살인 후에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전형적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였다. 하지만 유영철은 살인에 대한 희열 때문에 피해자를 잔인하게 살해한 반면 강호순은 완전범죄를 꿈꿔 시신을 거의 훼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 전 대장은 1980년 수사관으로 경찰에 입문한 뒤 2004년 20명의 부녀자를 끔찍하게 살해한 유영철을 검거했다. 강 전 대장은 “유영철은 유치장에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못했고 심지어 살해 과정을 떠벌이기도 했다”며 “강호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전 대장은 강호순이 22개월간의 범죄 공백기에도 추가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24일 동안 5명을 살해한 강호순의 내면에 숨겨진 살인 충동이 1년10개월동안 발동되지 않았을리 없다는 것이다. 강 전 대장은 “유영철을 조사하면서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었다”며 “강호순 같은 연쇄살인범은 범죄를 저지른 뒤 냉각기를 갖지만 길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강 전 대장은 또 경찰 수사와 관련해 “최초 수사에서 좀 더 날렵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피해자 중 직업이 같은 노래방 도우미가 3명, 납치 장소가 버스정류장이었던 피해자가 4명이나 됐다”며 “그런데 왜 경찰이 연계수사를 벌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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