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민주노총이 '성폭력 파문'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도덕성 상실은 물론 그동안 누적돼 온 조직내 정파간 갈등이 폭발하면서 조직이 흔들리고 있다.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은 지난해 7월 '쇠고기 총파업' 등 혐의로 이석행 위원장이 구속되면서 시작됐다. 온건파인 이 위원장 체제 집행부는 지난해부터 지도력이나 대정부 투쟁력이 부족하다며 중앙파, 현장파 등 강경파에게 잇따라 비판과 공격을 받았다. 비정규직법 개정 등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위간부 K씨의 성폭력 사건은 온건파와 강경파의 노선 투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K씨 사건이 접수된 뒤 집행부가 감추고 덮으려 했다는 피해자 주장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온건파는 궁지에 몰렸다. 5일과 6일 잇따라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는 격론이 오가는 속에서 헛돌기만 했다. 재발 방지대책, 대국민사과성명을 내놓았지만 정작 지도부 책임론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경파들은 이번 사건을 지도부 물갈이 기회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현 집행부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5년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의 뇌물수수 사건으로 민주노총 지도부는 전원 사퇴한 바 있다.
강경파를 대변하는 허영구 부위원장을 비롯한 부위원장 5명은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며 집행부를 압박했다.허 부위원장은 "지도부가 도덕적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전병덕 부위원장은 "오늘 중 총사퇴하자고 지도부에 제안했는데 다른 임원들이 결단을 못해 개인적으로 사퇴하게 됐다. 총사퇴가 완전히 물건너간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온건파측은 "간부 개인의 문제이고 집행부 전원이 사퇴할 사안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온건파는 수감 중인 이 위원장을 만나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노동계는 이번 사태가 오는 5월 차기 집행부 선거와 맞물려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올 것으로 보고 있다. 지도부를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민주노총의 노·사·민·정 비상대책회의 참여 등 향후 노사 안정에 민감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현 지도부를 흠집내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실업문제 등 노동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계파 갈등이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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