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씨는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까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하이린(海林)시에서 현지인 790명을 상대로 “한국 조선소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송출료 명목으로 모두 1042만위안(한화 21억원)을 챙겨 지난해 4월 국내로 귀국한 후 자취를 감추었었다.
여씨는 ‘청와대 직속 국가전략연구소장’이나 ‘신문사 편집국장’이라고 적힌 명함을 뿌리고 이름만 대면 아는 국내 유력정치인들과 단독으로 악수하는 사진을 현지에서 합성해 든든한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것처럼 현지인들을 속였다.
여씨는 약속한 취업 송출이 늦어질 때마다 한국과 중국의 출입국관리서류, 이들을 받아들일 한국회사의 업무협약서를 그럴듯하게 위조해 중국인들을 안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중국의 노동자와 농민들이 대부분이며 한국에서 큰 돈을 벌어 귀국하겠다며 한국행 송출료를 내려고 농사짓던 땅과 살던 집을 팔아 상당히 곤란한 처지에 놓이자 중국지방정부에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도 했었다.
여씨를 상대로 돈의 사용처와 회수 가능한 돈이 있는지를 수사 중인 경남지방경찰청 외사수사대는 여씨가 붙잡힐 당시 은신 중인 대구 원룸에 현금 4억5000만원을 보관하고 있어
회수하는 데 성공했다.
또 수사과정에서 그가 2억원을 이혼한 전처에게 주택구매 명목으로 주고 생활비 명목으로 300만원씩 두 차례 건넨 사실도 밝혀냈다. 이와 함께 은신처로 사용했던 원룸 보증금으로 500만원을 냈고 3억원을 지인에게 빌려줬다는 내용이 적힌 수첩도 입수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중국 피해자 측 대표가 입국해 조사를 받았던 만큼 여씨를 상대로는 돈의 사용처와 회수 가능한 돈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린시는 중국 내에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았던 곳이다. 이 도시는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이 순국한 곳으로1999년 장군이 살던 집이 복원되고 2005년 10월에는 한중 우의 공원이 세워지는 등 전통적으로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창원=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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