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정월 대보름 맞이 행사로 개최된 화왕산 억새 태우기 축제에서 불길이 관람객을 덮쳐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으며 30여명이 다쳤다.
9일 오후 6시20분쯤 경남 창녕군 창녕읍 옥천리 화왕산(해발 757m) 정상 배바위 인근에서 억새 태우기 축제를 구경하던 관람객 4명이 불길을 피하려다 벼랑 아래로 추락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숨진 관람객은 여성 3명, 남성 1명이며 심한 화상으로 신원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또 33명이 화상 등 상처를 입고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일부 부상자의 경우 상처가 심해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실종자들에 대한 목격자 진술도 나오고 있어 피해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고는 억새에 불을 붙이는 순간 역풍이 불어 불길이 50m가량의 방화 경계선을 넘어 구경하던 관람객을 덮치면서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관람객들은 머리 위로 넘어온 불길 사이에 갇히자 이를 피하려다 배바위 아래 절벽으로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또 날이 어두운 가운데 불길을 피하려던 등산객들이 뒤엉키면서 화왕산 정상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억새 태우기 축제에는 1만5000여 명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 황모씨는 "억새에 불을 지피는 순간 강풍이 배바위 쪽으로 불어 불길이 순식간에 옮겨가면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실종자 및 부상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한편 창녕군 관계자를 상대로 안전조치 소홀 여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창녕군 측은 "당시 민원 필수 요원을 제외한 500여명의 직원들이 산 일원에 배치했다"며 "안전 조치를 한다고 했지만 갑작스런 돌풍으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사고가 났을 때 산 정상에는 행정 48명, 소방 20명, 경찰관 46명 등 114명이 있었다고 전해 전체 안전요원 배치가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이와함께 경찰과 소방 당국은 추가 실종과 사망자가 있는지 사고 현장 일대에 대한 수색작업을 벌였다.
창녕군이 주최하는 억새태우기 축제는 전국 유일의 야간 산상 불축제로, 1995년부터 3년마다 열리고 있다. 창녕=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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