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책 설득에 총력
오바마는 8분 동안의 모두 발언에서 경제정책만을 언급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오바마는 현재 경제위기를 ‘고난의 겨울’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상원 표결을 앞두고 경기부양법안에 대한 대다수 공화당 의원의 비난 목소리를 의식한 듯 “행동(법안 통과)에 실패할 경우 이번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조속한 통과를 주문하며 의원들을 압박했다.
정부 재정지출보다는 감세 확대를 주장하는 공화당에 대해 “연방정부만이 미국 경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며 재정지출 확대를 역설했다.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에 대한 천문학적 보너스 지급 행태에 대해서는 “이제 파티는 끝났다”며 구제금융 펀드 사용에 대한 책임과 투명성을 강조하려 애썼다.
오바마는 이날 낮 실업률이 전국 실업률의 2배로 치솟은 인디애나주와 일리노이주를 방문, 타운홀 미팅을 통해 경제위기로 고통을 받고 있는 미국인들의 아픔을 강조하고 나서 마치 대통령 선거 유세를 방불케 했다. 인디애나 엘크하트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한 여성은 탈세문제로 낙마한 고위직 내정자들을 겨냥해 오바마에게 “우리에게 당신을 믿으라고 하지만 내각에 임명한 사람들은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오바마는 이처럼 갑작스런 비난에 “솔직히 나의 실수”라고 인정했다.
그는 위기에 몰린 미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단골 비교 대상으로 내세웠던 한국과 일본의 자동차 산업을 또다시 언급했다. 그는 “이번 위기를 스스로 재정비를 시작하는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면 우리는 한국과 일본 자동차회사들과 효과적으로 경쟁할 수 없게 돼 계속 추락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교정책은 부시와 차별화
회견에서 나온 질문 10여개 중 외교안보 정책은 이란과 아프간 전쟁 등에 불과했다. 오바마는 핵프로그램 개발을 강행하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수개월 내 ‘직접 외교’ 희망을 피력하며 ‘깡패 국가’ ‘악의 축’ 등으로 딱지를 붙였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란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 곳에서 건설적 대화를 할 영역을 찾고 있다”며 “수개월 내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는 실마리를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지역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상호 핵무기를 줄이는데 솔선수범하고, 이후 다른 국가에도 이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지난 수년간 느슨했던 핵무기 비확산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회견에서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이달 중순 한·중·일 등 아시아를 방문해 대북정책을 재검토키로 한 만큼 대포동 미사일 발사 분위기 조성 등을 통해 미국을 시험하려는 듯한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차원이 더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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