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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지구촌] 대북 발언을 아껴 온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10일(현지시간) 약속이나 한듯 각각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북한 미사일 발사 징후에 대해 강한 경고를 보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는 북한을 북핵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는 간접 신호로 풀이된다. 게이츠 장관이 “북한이 핵검증과 비핵화 진전과 관련해 협상 파트너들에게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데 주력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한 것이나, 힐러리 장관이 6자회담 계속 추진을 확인하면서 북한이 향후 수주 혹은 수개월 내에 6자회담이나 다른 형태의 양자 및 다자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 데서 알 수 있다.
두 장관이 이처럼 경고성 발언과 함께 대화 의지를 피력한 데서 오바마 정부의 고민을 엿보게 된다. 힐러리 장관의 자문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은 같은 날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 주최 세미나에서 “북한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과는 달리 이미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해 협상테이블에서 레버리지(지렛대)를 확보했다”며 “오바마 정부가 어떤 대북정책을 펼쳐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해 주목을 끌었다.
셔먼 전 조정관은 세미나 도중 “북한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인내심을 발휘하라는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장관이 언급했듯이 북한에 ‘개입정책’을 펼 것인 만큼 북한도 자신들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대북협상에 있어 손쉬운 대타결은 없을 것”이라며 “험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셔먼 전 조정관은 아직 초기 단계인 점을 전제하면서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비교적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당근과 채찍 정책과 관련, 6자회담의 걸림돌이었던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자산동결 조치와 같은 제재는 대북정책에 부작용만 양산할 것임을 지적했다. 그는 “제재는 시기와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핵비확산조약(NPT) 체제 강화를 통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가 북한을 상대로 핵폐기 검증체계 마련을 위해 애매한 구두약속을 함으로써 일을 그르쳤던 것이 대표적 사례라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국제사회를 동원한 일관된 원칙을 마련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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