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상품과 서비스의 자유무역을 주창해온 WTO(세계무역기구)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도하라운드 타결 실패에서 드러난 리더십 부족과 조직내 의사결정체계 결함에다 글로벌 경제위기 확산에 따른 전 세계 보호무역주의 역풍 등 이중고를 맞고 있다.
15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와 WTO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가 심화된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간 16개 국가·지역에서 19건의 보호무역조치를 도입했다. 이에는 관세 인상, 비관세 수입장벽, 수입 허가제, 국내산업 보호를 위한 보조금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연간 10건 안팎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문제는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러한 경향이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세계은행은 보호무역 조치의 확산으로 인해 올해 세계 무역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2.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여기다 회원 국가들에 대한 제재 등 강제력 동원이 어려운 WTO 조직 자체의 한계도 자유무역체제의 앞날에 우려를 더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WTO 체제 회의론이 나오는 것은 다자간 협상 자체가 너무 어렵기 때문"이라며 "게다가 WTO가 국제기구에서 영향력이 큰 미국 등의 강대국을 실질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 가지 요인"이라고 말했다.
WTO는 보호무역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가 직접 제소하지 않아도 자체적으로 실태 조사나 시정 요구에 나서는 내용의 새로운 제도를 창설하는 논의를 시작할 방침이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기대는 높지 않다. 이미 G7이나 G20 등 주요 국가간 협의체를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제어 방안이 논의되는 것도 WTO의 무력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WTO 체제의 한계에 대한 세계 각국의 공감대가 넓어진데다 보호주의가 본격화될 조짐이 나타날 경우 WTO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WTO 체제에 의존하는 대신 주요 20개국(G20) 회담 등을 적극 활용하고, 개별국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수출시장의 활로를 개척하려는 소위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통상교섭본부 이혜민 FTA 교섭대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구조로선 수출을 통해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밖에 없다"며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를 막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국제회의 등을 통해 제기하는 한편 FTA를 가속화시켜 수출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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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란?=세계무역기구의 약자로 1995년 1월1일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체제를 대신해 설립됐다.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다. 다자간 협상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교환되는 무역체제를 지향하며, 국가간 무역 분쟁이나 마찰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