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5일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중소기업 대출 160조원에 대한 만기를 1년 늘려주기로 했다. 보증부 대출은 물론 보증이 없는 중소기업의 일반 담보 및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만기를 연장해주기로 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의 흑자 도산을 막기 위한 긴급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 제기됐다. 자칫하면 부실기업까지 살려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비용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중소기업과 가계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과 구조조정 정책 사이에 딜레마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선택이 쉽진 않겠지만 구조조정 정책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조조정을 하면서 그에 따라 발생하는 고통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정책이 집행되어야지 구조조정 자체가 미뤄지는 식의 일률적인 지원책은 많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구조조정 의지가 후퇴하는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날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신용보증 확대방안 후속조치’를 내놨다.
휴업·파산·부도·폐업기업과 대출금과 보증료 연체 기업, 신용보증기관이 대지급 채권을 회수 못한 기업, 허위자료 제출 기업은 보증 만기 1년 연장·신규 보증 대상에서 제외했다. 신용불량 기업과 청산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 사업장이 가압류된 기업 등은 신규 보증을 받을 수 없도록 했고 구조조정 기업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경영개선 노력을 전제로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권혁세 금융위 사무처장은 “신용보증 확대방안에 따른 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 구조조정 지연 문제 등에 대해서는 감독당국이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19일엔 청와대에서 열리는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끝난 후 정부의 구조조정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구조조정 분위기가 퇴색한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 대해 ‘살릴 기업은 도움을 줘서 살리되 구조조정은 확실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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