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의 잇단 ‘독대 정치’에 담긴 뜻은 무엇일까. 이 대통령이 최근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을 잇따라 단독으로 만나자 정가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실무형 독대 선호=측근들은 한결같이 이 대통령의 독대는 과거 대통령들이 즐겨쓰던 방식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말한다. 독대 사실 자체만으로 힘의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친이계 한 의원은 18일 “지난해 이 대통령과 한 시간 넘게 단독 면담을 가졌다”며 “당시 청와대의 메시지 관리 문제점을 지적하자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실무자에게 전화해 시정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면담 중간에도 즉석해서 제안을 받아들여 실행할 정도로 측근들과의 독대를 실용적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스케줄이 허용하는 한 독대 요청을 잘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 소장은 “독대를 통해 상대방에게 힘을 실어줌으로 여권 내 역학 관계 변화 유도할 수 있고, 또 시중 여론을 가감 없이 청취하고 상대방에게 역할을 부여할 수도 있다”며 “이 대통령은 후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독대를 이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선뜻 독대 신청이 꺼려진고 말한다. 함부러 단독 면담을 했다가 역효과만 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독대 사실 자체는 대통령에게 그리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제안을 들고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즉 조언이나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하면 즉시 이를 채택하고, 그 제안이 효과를 발휘하면 중용하지만 반대라면 해당 인사를 잘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랜 최고 경영자(CEO) 생활에서 체득된 용인술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독대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나=최근에는 이같은 대통령 스타일에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한동안 소원했던 정두언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정몽준 최고위원을 부른 것은 단순히 제안을 듣기 위한 실무형 독대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분명히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로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독대정치를 가장 잘 활용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말한다. 18년 권력기간 동안 ‘2인자’를 용납하지 않았던 박 전 대통령은 2인자가 부상하려 하면 가차없이 내려앉히고 다른 사람을 쓰는 이른바 ‘분할통치에 능했고, 그 수단으로 독대를 적절히 활용했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팅 업체 민기획 정찬수 이사는 “소통을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대통령에게 독대는 아주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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