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이명박 대통령은 1년 전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며 자신 있게 첫 내각과 참모진을 국민들에게 선보였다. 당시 측근 그룹 중 상당수가 코앞에 닥친 총선을 준비한다고 빠져나간 터라 상대적으로 인재풀(pool)은 빈약했다. 고심 끝에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중용했다. 첫 인사는 ‘강부자, 고소영’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이 대통령에게 큰 상처를 줬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인수위 출신들은 요직에 재기용하는 등 변함 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다.
◇최대 인재풀 인수위=이 대통령과 함께 정권 초기 주요 정책과 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던 인수위 출신 인사들은 1년새 청와대와 정부, 국회의 주요 포스트를 장악했다. 현 정부 첫 조각 때부터 인수위 출신 중용 현상은 두드러졌다. 장관 내정자 15명 중 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등 7명이, 청와대 1기 수석 9명 중 류우익 초대 대통령실장 등 5명이 인수위 출신이었다. 청와대 2기 수석 인사에서도 맹형규 정무수석, 정동기 민정수석, 박형준 홍보기획관 등 인수위 출신들이 중용됐다.
이 대통령이 집권 2년차를 맞아 단행한 1·19개각 등을 통해 기용된 장관급 인사 6명 중 인수위 출신은 5명이나 된다.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현인택 통일부 장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인수위원으로, 원세훈 국정원장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각각 상임 자문위원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었다.
당선인 비서실과 인수위에 몸담았던 인사들 가운데 국회에 포진한 인물도 많다.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활약했던 김형오 국회의장을 필두로 박진 외교통상통일위원장,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 수석부대표, 최경환 수석 정책조정위원장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수위 출신 상당수는 요직에서 중도하차한 뒤에도 재기용했다. 인수위원장 시절 ‘아린쥐’(오렌지)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은 18대 국회 입성을 스스로 포기했지만, 최근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위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재임 내내 사퇴 압박에 시달렸던 강만수 전 장관은 퇴임하자마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으로 다시 부름을 받았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등도 사임 반년 만에 화려하게 컴백한 케이스다.
◇부침 심했던 창업 공신들=‘대통령을 만든 사람들’로 불리는 대선캠프 주요 인사나 측근 그룹들은 부침이 심했다. 대선 당시 네거티브 방어를 총책임졌던 홍준표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대표로 각각 국회와 거대여당 원내 수장의 자리에 올랐다. 이른바 ‘6인회’ 멤버로 선거판의 밑그림을 그렸던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정치권에서 막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다. 친위그룹인 안국포럼 멤버들 중 이춘식, 정태근, 김효재, 강승규, 조해진, 권택기, 백성운, 김영우 의원 등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6인회 멤버였던 박희태, 김덕룡 당시 대선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은 공천 탈락의 아픔을 맛봐야 했다. 두 사람은 각각 한나라당 대표와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로 활동하고 있으나 여전히 원내 재진출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친이 소장파 그룹의 리더로 ‘이명박의 오른팔’로 불렸던 정두언 의원은 한때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정치적인 은둔기를 보내기도 했다. 역시 대선 캠프 당시 핵심 실세였던 이재오, 이방호, 정종복 전 의원 등은 편파 공천의 주역으로 몰리며 총천에서 낙선,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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