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 “나는 뛰고싶다”… KBO 새 총재 사면 ‘촉각’

정수근 “나는 뛰고싶다”… KBO 새 총재 사면 ‘촉각’

기사승인 2009-02-24 09:05:02

[쿠키 스포츠] 정수근(32)은 과연 용서받을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 새 수장에 유영구 총재가 선출된 것을 계기로 ‘정수근 사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새 총재 취임에 즈음해 정수근을 포함한 대사면이 단행될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선수 징계에 대한 사면권은
KBO 총재가 행사할 수 있다.

정수근은 지난 해 7월 만취상태에서 경찰관과 경비원을 폭행해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고, KBO로부터는 무기한 실격의 중징계를 받았다.


KBO의 한 관계자는 23일 “취임과 동시에 해결할 일이 산더미같은 상황에서 신임 총재가 정수근 사면까지 생각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만일 고려한다면 무엇보다도 여론이 어떤지를 먼저 살펴볼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수근에 대한 사면 논란은 이미 지난 해 말 한 차례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홍성흔이 롯데에 입단하면서 절친한 정수근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던 것이 계기였다. 그러나 “시기상조”라는 여론에 밀려 이내 잠잠해졌다.

정수근의 심경은 어떤지 들어봤다. 부산 경성대에서 매일 오후 서너 시간씩 개인훈련을 하고 있다는 그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기초체력을 다지는 훈련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경성대 선수들의 도움도 받는데, 기본적인 감각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죠. 그 문제(사면)에 대해서는 워낙 진 죄가 많다보니까 제가 선뜻 말하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야구인들과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죠. 저도 사람인데…”

자신을 위해 한때 논란의 중심에 섰던 홍성흔에 대해서는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또 사건 초기보다는 많이 달라진 팬들이 있어서 위안이 된다고도 했다.

“성흔이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고마움을 느낍니다. 힘든 시기에는 그런 말 한 마디가 그 무엇보다도 훨씬 고마운 것 같아요. 가끔 외출할 때는 팬들께서 힘내라고 격려도 해주시고, 사인도 해달라고 하십니다. 창피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큰 힘이 됩니다.”

정수근은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이라는 전제를 세 차례나 강조한 뒤 힘겹게 자신의 속내를 내보였다.

“정수근이라는 이름이 너무 더러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정수근하면 사람들이 ‘멋있는 선수’라고 떠올렸는데, 지금은 ‘저놈은 사고뭉치’라는 이미지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꼭 명예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제 이미지가 악동으로 박혀 있어서 말 한 마디라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안티팬도 팬이라고 생각합니다. 복귀할 수 있다면 정말 열심히 해서 예전의 멋진 모습을 꼭 다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욕심일지 모르지만 모든 분들이 이해할 수 있을 때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는 요즘은 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말도 했다. 오후 훈련을 마치고 나면 얼마 전 중풍으로 쓰러진 장모 간호를 위해 병원으로 달려가는 게 일과가 됐다고 한다. 누구보다 혹독한 겨울을 보냈을 정수근에게도 봄은 올까.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swcho@kmib.co.kr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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