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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김연아는 왜 고려대로 갔을까’
연세대 학생들이 50년된 체육관을 빨리 고쳐달라며 아우성이다. 연대 체육관건립추진위원회는 교내 정문에서 본관까지 이어지는 백양로에 플래카드 10여개를 걸고 “낡은 체육관을 다시 건립해 달라”고 요구 중이다. 플래카드에는 ‘연아가 왜 고대 갔을까’ ‘비새는 체육관 10점 만점에 빵점’ ‘재벌 연대, 50년 된 체육관은 서민 학생을 위한 처사’ ‘연대 체육관,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 ‘어제보다 오늘 더 낡아갑니다’ 등이 담겼다.
추진위 관계자는 23일 “최근 연대에 입학한 유명 운동 선수가 전혀 없다”며 “김연아는 스케이트장이 있는 고대로, 박태환은 수영장이 마련된 단국대로 갔다”고 말했다.
플래카드가 화제가 되면서 체육관 건립에 관심이 없던 학생들도 불만을 터뜨렸다. 냉·난방도 안되고 샤워시설도 낡은 체육관은 사실 오래 전부터 외면받았다. 그러나 최근 연대생 사이에 유행하는 ‘고대 대통령, 연대 총리’라는 말처럼 경쟁학교에 밀린다는 생각이 학생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생물학과에 재학 중인 김모(25)씨는 “체육관이 저 지경까지 이르렀는지 몰랐다”며 “연대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체육관 건립이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1990년대부터 4차례나 체육관 기공식을 가졌다. 하지만 모두 기공식만 진행하고 정작 건축에 들어가지 못했다. 학교 관계자는 “기공식을 한 뒤 기금이 모아지지 않아 건축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예산을 마련해 빠른 시일 내에 체육관을 건립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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