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LV 감염 혈액 유통 왜 문제인가… 수혈·헌혈 통한 2,3차 감염 가능성 ↑

HTLV 감염 혈액 유통 왜 문제인가… 수혈·헌혈 통한 2,3차 감염 가능성 ↑

기사승인 2009-02-25 03:16:00


[쿠키 사회] 대한적십자사는 인체 T세포 영양성(HTL) 바이러스 시범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혈액 13건의 행방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아직 HTL 바이러스 검사가 정식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행방을 모르는 13건 혈액을 수혈받은 사람이 다시 헌혈을 했다면 제2, 제3의 감염자를 낳는 혈액 사고로 번질 수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수가인상만을 내세우며 해당 바이러스를 헌혈 검사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은 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대형 혈액 사고 가능성=적십자사는 HTL 바이러스 시범 검사 결과에 따라 양성 판정을 받은 34명의 과거 헌혈 기록과 수혈 현황을 역추적해 164건의 헌혈제제가 출고됐음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감염 혈액을 수혈한 것으로 확인된 151명을 대상으로 보건복지가족부 질병관리본부가 바이러스 감염·발병 여부를 역학조사하고 있다. 양성반응이 나오면 헌혈을 할 수 없는 헌혈유보군으로 등록해 추가 피해를 막을 방침이다. 적십자사는 B·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자를 헌혈유보군으로 분리해 헌혈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수혈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이 기록된 출고 정보가 없는 13건이다. 수혈자 정보가 없으면 감염 혈액을 수혈한 사람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다. 수혈자가 감염된 사실을 모르고 헌혈하면 혈액을 통한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없다. 특히 채혈된 혈액이 적혈구와 혈소판 등으로 나뉘어 수혈되는 점을 감안하면 감염 혈액 수혈자는 2∼3배로 늘 수 있다.

헌혈을 하지 않더라도 HTL 바이러스 감염률은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 적십자사는 2006년 작성한 내부 보고서에서 수혈을 통한 HTL 바이러스 감염률이 30%에 이른다고 밝혔다. 출고 정보가 없는 13건을 수혈한 사람이 13명이라면 단순하게 계산해도 3∼4명은 이미 감염됐다는 추산이 가능하다.

특히 시범 검사에서 출고 정보 없는 혈액 13건이 드러난 만큼 실제로 전수조사를 할 경우 훨씬 더 많은 HTL 바이러스 감염 혈액이 누구에게 수혈됐는지 모른 채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

혈액 관련 전문가는 "그동안 출고 정보 없이 유통된 혈액이 얼마나 되는지, 이 가운데 HTL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며 "잠복기가 길고 발병률이 낮다고 하지만 감염자가 늘면 늘수록 발병자도 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수혈을 통한 HTL 바이러스 확산은 대규모 혈액 사고"라고 지적했다.

◇부실한 사후 처리=질병관리본부는 유통 경로가 확인된 혈액 151건의 수혈자 역학조사를 절반밖에 마치지 못한 상황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말까지 감염 실태를 파악한 뒤 지난달부터 감염자 보상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었다. HTL 바이러스 시범 검사는 지난해 1월 끝났지만 역학조사는 6개월 후인 7월23일 시작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늦어도 오는 7월까지 역학조사를 마친 뒤 감염자는 추후 보상금을 지급하고, 발병자에게는 별도 치료비와 요양비를 지원하는 등의 논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적십자사는 헌혈 검사 항목에 HTL 바이러스 검사를 전면 도입,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해야 하는데도 수수방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시범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적십자사는 수혈 혈액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올해부터 HTL 바이러스 검사를 전면 도입할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예산이 부족해 미루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현재 혈액수가로는 도저히 HTL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할 수 없다"며 "혈액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를 모두 적십자사가 책임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본(1986년 도입) 미국(94년) 캐나다(90년) 프랑스(91년) 호주(93년) 영국(2002년) 등은 이미 채혈할 때 HTL 바이러스 검사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권지혜 기자
ahjin82@kmib.co.kr

<알려드립니다>

본보 2월25일 1·3면 기사에 대해 대한적십자사는 2006년 연구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하고 2007년 12월부터 2개월간 HTLV 검사 시범실시를 하는 등 도입을 위해 노력해 15일부터 모든 헌혈혈액에 대해 HTLV 검사를 실시하게 됐다고 밝혀왔습니다.

한편 감사원이 지난 2월17일부터 실시한 적십자사에 대한 조사에서 HTLV 검사를 도입하지 못한 이유와 직원 징계조치는 포함되지 않았음이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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