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이천수(28)가 우여곡절 끝에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에 몸을 맡기기로 했다고 한다.
이천수의 전남행을 보도한 기사들에서 ‘풍운아’라는 수식어가 심심찮게 보인다. ‘밀레니엄 특급’이라고까지 불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마저 든다.
이천수는 실력 하나로 약관도 되기 전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스물한 살(2002년)에 섰던 첫 월드컵 무대에서는 4강 영웅의 일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축구 실력 못지않은 화려한 언변은 그의 주가를 한층 더 끌어 올렸다. 인터뷰 때마다 신문 헤드라인 같은 말을 뱉어냈던 그는 기자들에게도 훌륭한 취재원이었다. 그 기세는 2006 독일월드컵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이천수의 유명세는 축구 실력이 아닌 사생활이나 말에 의해 좌우됐다. 팬들이 그에게 ‘입천수’ ‘오럴 사커’ ‘데이비드 혀컴’ 같은 별명을 붙여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전남으로 가는 과정에서도 이천수는 말을 앞세웠다. 그는 23일 ‘스포츠칸’과의 인터뷰에서 의욕을 주체할 수 없었는지, 아니면 그동안 언론과 접촉할 기회가 뜸했던 탓인지 많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천수는 “아마추어 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하며 많은 것을 깨달았다. 축구를 처음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전남에서 새출발하겠다. 연봉을 백지위임한 것도 새출발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다. 그동안 내 모습에 대해 반성을 많이 했다. 그라운드에서 독기를 품고 뛰었던 과거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박항서) 감독님이 올해 계약이 끝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를 믿어주신 감독님의 재계약을 열심히 돕겠다. 전남의 올해 목표가 FA컵 우승과 K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난 더 높이 보고 있다. 전남이 5위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도 했다. 개인적인 목표라며 “확실히 부활해 내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 나가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자신을 믿어준 감독에 대한 보답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박항서 감독보다는 스스로의 처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다. K리그 개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말보다는 실력의 비중을 하루 빨리 높여달라는 게 전남 팬들의 요구일 것이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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