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속옷 가게 男점원 논란

사우디 속옷 가게 男점원 논란

기사승인 2009-02-26 04:27:01
[쿠키 지구촌] ‘속옷 가게에 여점원을’

이슬람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친척이 아닌 미혼 남녀가 한방에 있어도 처벌받는 울트라 보수의 나라. 하지만 부르카로 얼굴을 감싼 사우디 여성들은 낯선 남성들에게 자신의 속옷 사이즈와 취향을 공개해야 한다. 여성의 사회활동을 꺼리는 문화 때문에 속옷가게 점원이 모두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사우디 여성이 인터넷 소셜네트워킹사이트 페이스북에 남성 점원이 일하는 속옷가게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25일 보도했다. 사우디 여자들도 여성 점원에게 속옷을 살 권리가 있다는 것. 다르 알 히크람 여대의 금융학 강사인 림 아사드가 시작한 캠페인이 속옷가게에 불만이 많던 사우디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지지를 얻고 있다.

여대생 라나 자드(20)는 “남자 점원에게 내 속옷 사이즈를 알려주고 그들로부터 ‘그건 당신한테 작니, 크니 그런 말을 듣는 게 절대 편하지 않았다”며 “남자들이 여자의 몸을 이리저리 살핀다는 얘기인데 이슬람 문화에서는 특히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어색하다는 것 말고 현실적 어려움도 있다. 여성의 몸에 손을 대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돼있어 사이즈를 잴 수 없는데다 사우디의 종교경찰이 속옷가게에 탈의실 설치를 금지시켜 몸에 맞는 속옷사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사이즈를 맞춰보려면 돈을 치르고 근처 공중화장실에서 입어봐야 한다.

남성 점원 속옷가게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는 2006년 여성용품 가게에는 여성 점원을 허가하는 내용의 법을 통과시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의 반대로 법은 유명무실해졌다. 13%라는 사우디 남성의 고실업률도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아사드는 “여성이 여성에게 속옷을 파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느냐”며 “어디에서 무얼 살지 최종 결정권은 우리 여성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만큼 보이콧을 통해 남성 점원 속옷가게를 퇴출시키겠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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