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축구 국가대표팀 허정무(54) 감독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뒤로 두문불출이다. 휴대전화는 아예 전원을 꺼놓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허 감독이 모처럼 휴식시간을 갖고 있다. 그러나 말이 휴식이지, 쉬는 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28일 이라크를 상대하는 평가전, 4월1일 최종예선 북한전과 그 이후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허 감독은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취임 후 평가전을 포함한 A매치 전적은 8승10무1패. 반환점을 돈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성적은 2승2무(승점 8)로 조 1위다. 4월1일 북한을 꺾는다면 1차 목표인 남아공월드컵 본선 티켓에 성큼 다가선다.
허 감독의 2차 목표는 월드컵에서 한국인 감독으로 첫 승전고를 울리는 일. 축구협회 고위 인사는 26일 “허정무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길 때부터 이미 그런 구상을 했다”며 “허 감독이 팬들의 기대에 반드시 부응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역대 월드컵 본선은 한국인 감독들에게는 ‘잔혹사’였다. 김용식 감독이 지휘했던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선 헝가리(0대9), 터키(0대7)와 싸워 대패했다. 86년 멕시코대회 때는 김정남 감독이 1무2패, 90년 이탈리아대회 때는 이회택 감독이 3패의 치욕을 당했다. 94년 미국대회(김호 감독 2무1패), 98년 프랑스대회(차범근 감독 2패-김평석 감독대행 1무)도 마찬가지였다. 2002년 한일월드컵(거스 히딩크 감독 3승2무2패)과 2006년 독일월드컵(딕 아드보카트 감독 1승1무1패)에서 거둔 승리는 모두 외국인 지도자가 일군 결과였다.
6월17일이면 남아공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 마무리된다. 남아공월드컵 개막(2010년 6월11일)까지 약 1년의 시간이 남는다. 허 감독은 역대 어떤 한국인 감독보다 좋은 조건에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본선 티켓을 따내고도 중도하차했던 요하네스 본프레레 감독의 전철은 밟지 않아도 된다. 축구협회가 허 감독을 선임할 때 “계약기간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때까지다”라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본선 준비과정에서 중도 경질은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한국 축구가 남아공으로 가는 길은 허 감독에게 어느 정도 기회가 보장된 여정이다.
그는 내달 7일 K리그 개막과 동시에 다시 기지개를 켠다.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 자원의 컨디션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상운 기자
s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