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은행 부실판별 본격화=자본지원 프로그램(CAP)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 여건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테스트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 감소하고 실업률이 8.4%에 달하며 주택가격이 14% 하락한다는 기본 시나리오와 GDP가 3.3% 떨어지고 실업률은 8.9%로 오르며 주택가격이 22% 폭락한다는 위험 시나리오가 그것.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들이 전체 대출금과 보유 유가증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정손실을 산출한 뒤 자본확충이 필요할 경우 6개월 내 민간자본을 유치하도록 한다.
이에 실패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미 정부는 해당 은행으로부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대가로 우선주를 시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하고 9%의 배당금을 받기로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임원은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급여와 보너스 액수에 제한이 가해진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정부 능력 테스트=미 정부는 연일 민간 소유 은행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가 보통주를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 국유화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국유화 대상 의혹을 받아온 은행들은 그간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보면 그 실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미 정부와 금융시장, 해당 은행간 ‘진실게임’이 이 테스트로 판가름난다.
아울러 이번 테스트는 금융기관 생존 여부뿐 아니라 미 재무부와 신임 재무장관의 금융시장 장악 능력도 판별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온라인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가 지적했다.
헨리 폴슨 전 장관의 뒤를 이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 10일 공식 무대에 데뷔해 금융회사 구제대책안을 발표했지만 이에 실망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두 번째 대책인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테스트가 단순한 모양새를 띨 경우엔 4월까지 세월만 보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거꾸로 너무 강할 경우에는 과도한 자본 투입에 따른 세금부담 우려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21세기 시장을 20세기식 규제 아래 더 이상 둘 수 없다”며 금융제도의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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