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무부, 스트레스 테스트 착수…금융불안 잠재울까

美 재무부, 스트레스 테스트 착수…금융불안 잠재울까

기사승인 2009-02-26 17:22:02
[쿠키 지구촌] 미국 재무부는 25일(현지시간) 자산 규모 1000억달러 이상인 대형 은행 19곳에 대해 ‘스트레스 테스트’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4월 말까지 실시되는 테스트 결과, 자본이 부족한 은행에는 공적자금이 본격 투입될 예정이어서 이번 대책이 경기침체의 근본 원인인 금융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별 은행 부실판별 본격화=자본지원 프로그램(CAP)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제 여건이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가정 하에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과 유동성으로 위기를 헤쳐 나갈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테스트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2% 감소하고 실업률이 8.4%에 달하며 주택가격이 14% 하락한다는 기본 시나리오와 GDP가 3.3% 떨어지고 실업률은 8.9%로 오르며 주택가격이 22% 폭락한다는 위험 시나리오가 그것.

이를 토대로 금융회사들이 전체 대출금과 보유 유가증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정손실을 산출한 뒤 자본확충이 필요할 경우 6개월 내 민간자본을 유치하도록 한다.

이에 실패할 경우 공적자금이 투입되며 미 정부는 해당 은행으로부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전환이 가능한 우선주를 취득하기로 했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대가로 우선주를 시가보다 10% 할인된 가격으로 취득하고 9%의 배당금을 받기로 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임원은 정부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급여와 보너스 액수에 제한이 가해진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정부 능력 테스트=미 정부는 연일 민간 소유 은행 시스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정부가 보통주를 소유하는 것은 사실상 은행 국유화나 다름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국유화 대상 의혹을 받아온 은행들은 그간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스트레스 테스트를 받아보면 그 실상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미 정부와 금융시장, 해당 은행간 ‘진실게임’이 이 테스트로 판가름난다.

아울러 이번 테스트는 금융기관 생존 여부뿐 아니라 미 재무부와 신임 재무장관의 금융시장 장악 능력도 판별하는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온라인 경제전문 매체인 마켓워치가 지적했다.

헨리 폴슨 전 장관의 뒤를 이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이 지난 10일 공식 무대에 데뷔해 금융회사 구제대책안을 발표했지만 이에 실망한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그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은 증폭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두 번째 대책인 스트레스 테스트 역시 효과가 나타날 것인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테스트가 단순한 모양새를 띨 경우엔 4월까지 세월만 보냈다는 지적이 나올 법하다. 거꾸로 너무 강할 경우에는 과도한 자본 투입에 따른 세금부담 우려에 직면하게 된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21세기 시장을 20세기식 규제 아래 더 이상 둘 수 없다”며 금융제도의 전면 개혁을 촉구했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dhlee@kmib.co.kr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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