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27일 국회가 봉쇄됐다.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실 곳곳에서는 여야 의원간 전투가 벌어졌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몸싸움 도중 잠시 실신해 의무실로 옮겨졌다. 지난해 말 1차 입법전쟁의 난장판이 재현될 조짐이다.
국회 봉쇄
국회는 오후 1시 본관 출입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국회의원 출입기자 상근근무자 등을 제외한 일반인들의 출입은 통제됐다. 민주당이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열 예정이었던 집회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민주당 보좌진과 당직자 수십명은 본관 안으로 진입하려다 경위 및 전경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본관 2층 현관 자동유리문이 뽑혀나갈뻔 했다. 김 의장은 오후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를 취소했다. 한나라당이 민주당 의원들의 본회의장 점거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남은 본회의는 다음달 2일로, 이날이 직권상정 'D-Day'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임위원회 전투
민주당 의원들은 3일째 미디어 관련법이 계류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점거농성을 계속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 등은 회의실로 들어가려 했으나 실패했다. 국토해양위원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안과 주택법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충돌했다. 와중에 강창일 의원이 쓰러졌다. 민주당 박기춘 의원은 "한나라당 의원 17명이 달려들어 법안을 강행처리하려 했다. 강 의원이 몸싸움 도중에 뒤로 넘어갔다"고 전했다. 정무위원회는 금산분리 완화 관련법안 등을 처리하려 했으나 야당 의원들이 회의실을 점거해 실패했다. 교육과학기술위는 민주당의 불참으로 회의가 취소됐고, 외교통상통일위는 다음달 2일로 전체회의를 연기했다. 다만 법사위는 비쟁점 법안에 대한 심의를 계속했다.
여당, 미디어법 처리 논란과 상정 준비
한나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미디어 관련법 처리를 둘러싼 논쟁을 벌였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미디어 관련법을 이번에 처리하지 않으면 4월 추경, 6월 비정규직 문제, 9월 예산안 처리와 연계된다"며 "이번에 직권상정해서 단번에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정현 김성식 의원 등이 "논의를 좀 더 해야 한다"며 직권상정에 우회적인 반대입장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미디어 관련법 직권상정에 대비해 수정안 제출을 준비중이다. 대기업과 신문사 지분소유 허용 비율 20%를 15% 안팎으로 축소하고, 여론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단서조항 신설 등을 포함시키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여야 비상대기
여야 모두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렸다. 한나라당은 "의원들은 다음달 3일까지 국회에서 1시간 이내 거리에서 비상대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문방위 점거농성 이후로 계속 비상대기 상태다. 정세균 대표는 "배수의 진을 치고 싸우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다시 왔다"고 선언했다. 이석현 의원은 "이미지가 망가지고 국회에서 쓰러지더라도 목숨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엄기영 노용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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