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신해철 비난 과도… 연예인은 광대”

진중권 “신해철 비난 과도… 연예인은 광대”

기사승인 2009-03-02 10:10:03

[쿠키 사회]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가 학원 광고 논란에 휩싸인 가수 신해철에 대해 “그를 향한 비난이 너무 과도하고 경직됐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1일 진보신당 홈페이지에 띄운 ‘신해철이 글을 올렸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일단 사교육 자체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이라, 학원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은 못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는 신해철씨가 평소에 어떤 발언을 해 왔느냐 하는 것이다. 가령 그가 ‘사교육은 없어져야 한다’ ‘입시를 위한 학원은 이 사회에 필요 없다’ ‘특목고 학원은 이 사회의 악이다’ 이런 종류의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만약에 그가 체계적 일관성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 적이 있다면, 그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겠다”고 적었다.


이어 “ 하지만 신해철씨 본인은 평소에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며 “그의 말이 옳다면, 네티즌들이 교육문제에 관한 그의 발언을 경직되게, 과도하게, 혹은 너무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신해철을 비난하는 측은 그 비난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일단 팩트(사실)부터 확보해야 할 거다”며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다시 듣기로 몇 년 치 방송을 뒤지다 보면 단발적으로 내뱉은 한 두 마디를 건질 수도 있겠고, 운이 좋으면 월척을 건질 수도 있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그가 했던 발언을 샅샅이 뒤져가면서까지 굳이 그를 비난해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며 “그 비난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 맥락이 뭔지도 잘 모르겠다”고 적었다.

특히 진 교수는“예술가나 연예인은 좀 ‘널럴’하게 봐 줄 필요가 있다”며 “똑같이 도둑질을 해도 목사가 하느냐, 회사원이 하느냐에 따라 비난의 정도는 달라지지요. 마찬가지로, 딴따라들은 하는 일이 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그냥 넘어가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래 광대는 옛날부터 임금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되는 거다. 근데 우리 나라 연예인들은
너무 군기가 들어 있다. 그게 좀 안쓰럽다”며 “우리 사회에 자기 개인성벽을 그대로 주장하는 연예인이 얼마나 되던가? 특히 개그맨들이 군기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게는 고문이다. 그게 다 사회가 강요한 거다”고 썼다.

한편 그는 지난 12일 같은 홈페이지에 올린 글 때문에 신해철을 옹호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신해철이 그동안 사교육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글 전문

신해철이 글을 올렸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언론에서 별 얘기가 없네요.

제 경우에는 신해철이 그 동안 사교육에 대해 무슨 말을 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옹호를 했느니 마느니, 쓸 데 없는 얘기들이 많이 오가더군요. 그것도 뭐, 내 놓을 수 있는 의견들이라 봐서 따로 대꾸는 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신해철씨와 저는 아무 관계 없습니다. 그저 딱 두 번 본 사이이고, 유시민씨와 마찬가지로, 설사 서로 싸우는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미워할 수는 없는 캐릭터라는 인상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언제더라? 옛날에 유승준도 옹호한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전혀 본 적이 없구요. 그에 대한 사회적 비난도 분명히 과도했지요.)

일단 사교육 자체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는 것이라, 학원 광고를 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도덕적으로 비난할 일은 못 되지요. 독일에서는 성적 떨어지는 학생은 학교에서 부모를 불러 사교육을 시키라고 말합니다. 물론 한국은 상황이 다르고, 또 특목고 학원이 입시위주 교육의 첨병으로서 한국 교육을 병들게 하는 요인이라구 주장하며 문제 삼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거기서 신해철에 대한 비난으로 넘어가려면, 그런 주장을 펴는 사람의 주관적 소신을 동시에 신해철씨도 그대로 공유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겠지요. (아니면 그 특목고 학원이 불법이나 탈법 행위로 인해 널리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고, 그 사실을 신해철이 인지하고 있지 않을 수 없다는 전제라든지...)

결국 문제는 신해철씨가 평소에 어떤 발언을 해 왔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령 그가 (1) 사교육은 없어져야 한다. (2) 입시를 위한 학원은 이 사회에 필요 없다. (3) 특목고 학원은 이 사회의 악이다, 뭐 이런 종류의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렇게까지는 주장하지 않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가 이런 발언을 했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만약에 그가 체계적 일관성을 가지고 그런 발언을 지속적으로 한 적이 있다면, 그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겠지요. 하지만 신해철씨 본인은 평소에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하네요. 그의 말이 옳다면, 네티즌들이 교육문제에 관한 그의 발언을 경직되게, 과도하게, 혹은 너무 포괄적으로 해석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남 씹는 일을 거의 직업 삼아 하는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그에게 쏟아지는 사회적 비판이 논리적으로 약간 비약이 섞여 있다는 느낌이 살짝 있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나 같으면 성급하게 그를 비난하는 일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죠. 하지만 그의 평소 발언에 대한 어떤 '해석'에 기초하여 그를 비판하는 것도 있을 수는 있는 일이라 봅니다. 거기에는 양쪽으로 해석이 가능한 어떤 애매함이랄까, 불확정성이랄까 하는 것도 있으니까요. 다만, 남 잘못 씹었다가는 바로 되치기 당해 닭 쫒던 개 신세가 되거나, 심지어 줄줄이 소송당해 돈 물어내야 할 난관에 처할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쉽게 씹고 들어가지 않을 거라는 얘깁니다. 제 경우 이런 애매하고 수상한 떡밥은 안 물어요.

그러므로 신해철을 비난하는 측은 그 비난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일단 팩트부터 확보해야 할 겁니다. 열심히 뒤져 보세요. 혹시 알아요? 뭐가 나올지...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고, 다시 듣기로 몇 년 치 방송을 뒤지다 보면 단발적으로 내뱉은 한 두 마디를 건질 수도 있겠고, 운이 좋으면 월척을 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그가 했던 발언을 샅샅이 뒤져가면서까지 굳이 그를 비난해야 할 필요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싶은 욕망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요? 사람을 씹을 때에도 맥락 없이 씹는 것은 아니죠. 저는 그 비난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는 맥락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예술가나 연예인은 좀 널럴하게 봐 줄 필요가 있습니다. 똑같이 도둑질을 해도 목사가 하느냐, 회사원이 하느냐에 따라 비난의 정도는 달라지지요. 마찬가지로, 딴따라들은 하는 일이 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어도 그냥 넘어가 줄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 광대는 옛날부터 임금님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되는 거예요. 근데 우리 나라 연예인들은
너무 군기가 들어 있어요. 그게 좀 안쓰럽습니다. 우리 사회에 자기 개인성벽을 그대로 주장하는 연예인이 얼마나 되던가요? 특히 개그맨들이 군기들어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은 제게는 고문입니다. 그게 다 사회가 강요한 거죠.

ps. 아, 또 옹호했다고 그러지 마세요. 그냥 제3자의 입장에서 해 본 관전평이예요.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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