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한국전쟁 때 부산·경남 지역 형무소 3곳에서 최소 3400여명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집단 학살된 사실을 확인했다.
국가 권력에 의한 재소자 집단 학살을 국가기관이 59년 만에 인정한 것이다. 동시에 2002년 4월10일∼13일 ‘한국전 군·경에 의한 형무소 민간인 학살’ 제목의 본보 시리즈 보도가 7년 만에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2일 “1950년 7∼9월 부산형무소와 마산·진주 형무소에 수감된 재소자와 민간인 중 최소 3400여명이 불법적으로 희생됐고 이 중 576명의 이름을 확인했다”며 “부산형무소에서는 국민보도연맹원과 예비검속자 중 1500여명이 집단살해됐다”고 밝혔다.
국민보도연맹은 좌익인사를 전향시키기 위해 국가가 만든 단체다. 예비검속자는 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일단 구금된 사람들이다. 가해자들은 부산지구 육군본부 정보국 소속 방첩대(CIC), 헌병대, 형무관들이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당시 희생자들은 다른 형무소로 이감된다며 끌려가 부산 신평동 동매산과 해운대 인근 신평 골짜기 등지에서 총살됐다. 일부는 오륙도 인근 바다에 던져져 살해됐다. 마산형무소와 진주형무소에서는 각각 717명, 1200여명이 총살됐다.
진실화해위는 전국 형무소 20여곳에서 수감 중이던 2만여명이 학살된 것으로 파악하고 연말까지 조사를 계속키로 했다. 조사 대상도 대전과 대구, 청주 등 한국전쟁 당시 형무소가 있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김동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은 “사상 유례가 없는 비인도적 행위”라며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령사업을 지원해야 하며 민간인의 희생 사실을 공식 간행물에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이같은 내용의 후속대책을 행정안전부에 권고했다. 행정안전부는 권고 내용을 검토한 뒤 법무부, 국방부, 경찰청 등 관련부처에 조치를 실행토록 통보할 예정이다.
본보는 행정자치부 정부기록보존소 관련 문건과 생존자 인터뷰 등을 근거로 2002년 4월10일부터 4회 시리즈로 한국전쟁 당시 재소자의 대량학살 의혹을 제기했다. 진실화해위는 이후 본보 보도와 유가족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조사에 착수했다. 1960년 국회는 국회 양민학살사건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 재소자 대량학살 의혹을 조사했으나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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