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보험사 AIG가 1일 밤(현지시간) 이사회를 열고 300억달러 추가 지원을 포함한 미 정부의 구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AIG는 2일 정부 구제안과 함께 617억달러의 지난해 4분기 손실을 공식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들은 AIG가 우선주를 제공하는 대가로 정부로부터 300억달러를 공급받고 600억달러의 미 정부 크레디트라인(사전승인 대출한도)에 대한 금리 조건도 완화받는 내용의 구제금융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AIG 한곳이 7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 중 10% 정도를 지원받게 됐다. 이는 씨티그룹(500억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450억달러)를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AIG는 정부 지원 대가로 홍콩 자회사 AIA와 아시아 사업 부문인 아메리칸라이프인슈어런스(알리코)의 소유 지분을 정부에 일부 넘기기로 했다. 이와 관련, WSJ는 AIG가 지난해 정부로부터 빌린 400억달러를 AIA 등의 주식으로 갚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AIG 회생을 위해 개입한 것은 지난해 9월 850억달러 투입 계획을 발표한 이래 벌써 네번째다. 지난해 10월 정부의 380억달러 추가 지원이 발표된 뒤 11월에는 400억달러 우선주 매입, 600억달러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대출지원 등이 추가돼 구제안 규모는 15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AIG의 손실 규모는 계속 커져 지난해 4분기에는 사상 최대 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한국 AIG생명은 사실상 AIG에서 분리되고 AIG손보는 AIG내에 머물기는 하지만 손해보험지주회사(AIU홀딩스)로 묶여 독립 경영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미국 AIG 본사가 이날 발표한 구조조정 방안에 따르면 AIG는 한국AIG생명이 속한 AIA와 알리코의 지분을 특수목적회사(SPV)로 넘기는 대신 SPV의 보통주를 받기로 했다. FRB는 구제금융을 제공한 대신 SPV의 우선주를 받는다. 한국 AIG생명을 지점으로 거느린 AIA는 재무제표상으로는 AIG의 자회사가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사업체가 된다. 이에 따라 당장 한국 AIG생명은 사명을 AIA생명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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