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장, 잊혀진 그 이름…“할 사람 그렇게 없나”

국세청장, 잊혀진 그 이름…“할 사람 그렇게 없나”

기사승인 2009-03-09 20:15:01


[쿠키 경제] 지난 3일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국세청장 표창을 받은 기업인들은 어리둥절했다.국세청장 표창장 직인란에 '국세청장 ○○○' 대신 '국세청장 직무대행 차장 허병익'이라고 씌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행사 후 "국세청장 표창이 아니라 국세청 차장 표창이군"이라거나 "국세청장 표창 이상만 3년간 세무조사 면제라는데 차장 표창도 3년간 면제되는 건가"라고 수군거렸다. 국세청 관계자는 9일 "국세청의 생일이라고도 할 수 있는 납세자의 날 행사가 하필 청장이 없는 상태로 진행돼 겸연쩍었다"고 털어놨다.

지난 1월16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사퇴한 이후 두 달이 다 되었지만 국세청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청와대는 "적임자를 찾고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세청장도 인사청문회하는 자리 아닌가"라며 "세무행정이 얼마나 중요한 자린데…당연히 좋은 사람을 찾기 위해 시간이 걸릴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선 기준에 대해 "능력이 우선이지만 '가급적 비 영남' 출신을 찾으려 하는데 쉽지 않다"며 "그렇다고 해서 영남출신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시기를 특정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허병익 국세청 차장과 이현동 서울지방국세청장 등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이들 모두 지난 1월2일자로 1급으로 승진, 곧바로 청장으로 내정하기엔 부담스러워 시간을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그러나 경제위기 등으로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데다 국세청 쇄신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두 달이나 국세청장 자리를 비워두는 건 너무 한가하다는 지적이다.한마디로 이명박 정부의 인사난을 단적으로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국세청 내부에선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위주로 진행되고 있는 선진화방안 논의가 청장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돼 국세청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흘러나왔던 지방청 폐지, 외부감시위원회 신설 등은 국세청으로선 불편할 수밖에 없는 얘기들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본연의 임무는 문제없이 처리하고 있다"면서도 "외부에 의해 조직의 미래가 흔들린다면 어느 조직이 좋아하겠느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정치권에서도 '국세청장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최근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퇴임한 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며 "이제는 내 사람 찾기를 중단하고 능력있는 국세청장을 임명해 국세 행정을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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