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재협상 시사 발언은 어려운 경제 여건 속에서 미국 기업 및 농업인들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10일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일 뿐 호들갑을 떨 일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발언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부산하던 정부도 "공식 대응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차분한 태도로 바뀌었다.
◇미국의 의도는 뭔가=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무역투자정책실장은 "이번 발언은 미국의 관심 사항을 좀 더 반영시켜야겠다는 얘기로 보인다"며 "어떤 형태로 그런 관심이 나타날지는 모르지만 자꾸만 재협상 쪽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식 취임하기 전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며 "실제 일을 할 때는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의회의 반대 의견을 고려한 정치적 발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의회에서 반대 의견이 많으니까 행정부가 그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미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정한 게 아무것도 없고 포지션도 정해진 게 없는 만큼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11∼12일 외교통상부에서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2009년 제1차 한·미 통상협의에서도 양측의 탐색전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외교부 관계자는 "자동차나 쇠고기 등 한·미 FTA와 관련된 사항은 이번 협의 의제에 없다"면서도 "양국 간 통상현안들이 불필요한 무역장벽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긴밀히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의 대응 전략은=정부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한·미 FTA 재협상은 불가능하며, 미국산 쇠고기 월령 제한 해제는 한국 소비자의 신뢰 확보가 전제되어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교섭본부 윤상수 기획관은 "론 커크 지명자가 정식으로 USTR 대표가 되면 한·미 FTA를 조기 발효하는 것이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양국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명하고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는 "의연하게 정석대로 대처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의 일정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직접적으로 미국에 문제 제기하는 것보다는 G20 등 다자간 협상 테이블에서 은근하게 문제 제기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 실장은 "맞대응하면 재협상으로 흘러갈 위험이 커지고 그러면 양국 이익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어려워 협상이 깨질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이 불리하다고 주장할 객관적 자료가 없는 만큼 차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 교수는 "한달 후쯤이면 상무장관과 국무장관, USTR 대표 등 한·미 FTA 비준 문제의 실무팀이 짜이는 만큼 그때 미 행정부의 분위기 파악이 중요하다"며 "우리가 조기 비준해 압박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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