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하자” vs “감싸지마”…신영철 놓고 정치권 공방

“신중하자” vs “감싸지마”…신영철 놓고 정치권 공방

기사승인 2009-03-11 17:16:20

[쿠키 정치] 여권 내부에서 ‘신영철 대법관 구하기’ 흐름이 감지되면서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권은 신 대법관이 야당의 공세에 떠밀리듯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사법부 독립을 위해 반드시 사퇴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공식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론 여론에 밀려 물러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선(先) 진상규명 후(後) 책임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1일 “용산 참사때와 마찬가지로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견이지만 여론에 떠밀려 법관이 물러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신영철 대법관이 정상적인 재판 진행을 요구한 것은 문제될 게 없다고 본다”며 “자진사퇴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일각에선 다음주초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신 대법관 스스로가 진퇴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신 대법관에게 면죄부를 준 뒤 명예롭게 물러나도록 하는 형식이다.

한나라당 분위기도 비슷하다. 용산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이 집중 공격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를 흔들어선 안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사법부 내 진보적 색깔을 빼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소위 진보 진영의 공격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신 대법관을 희생양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민주당은 “부적절한 감싸기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 여당과 신 대법관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번에 밀릴 경우 사법부가 완전히 ‘우향우’ 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느껴진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에서 신 대법관 문제를 갖고 좌파니 우파니 하면서 과거의 잘못된 근성을 드러내고 있다”며 “신 대법관은 늦기 전에 스스로 거취를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정치 법관과 이를 옹호하는 정부 여당을 하나로 묶어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도 담겨있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한나라당은 신 대법관을 효녀 심청에 비유하며 인당수에 빠뜨려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서 “신 대법관이 효녀 심청이라면 심봉사는 누구인가. 신 대법관은 한나라당의 딸이냐”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은 “신 대법관은 상관의 지위를 이용해 다분히 정치적 의도로 재판에 개입했다”며 신 대법관 탄핵 소추를 위한 국민청원운동에 돌입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영석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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