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구조조정 기업 자율 방식으로 전환해야”

재계 “구조조정 기업 자율 방식으로 전환해야”

기사승인 2009-03-12 21:11:04


[쿠키 경제] 기업 구조조정 방식을 놓고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살생부'를 통한 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이 시장 불확실성만 키우는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재계는 개별 기업이 자발적으로 부실 문제를 해결하도록 구조조정 방향을 전환하고 정부가 정책적 지원에 나서 줄 것을 공식 요구했다.

그러나 재계의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율 구조조정이 말은 그럴 듯하나 실효성이 떨어지며 현재의 위기 상황은 기업 스스로의 능력에 맡길 정도로 안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전환해야

대한상공회의소는 12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전달한 건의서에서 "채권 금융회사가 주도하는 건설·해운업 등 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짓고 자발적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금융기관의 '옥석가리기'식 구조조정이 진행됐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는 만큼 이런 응급처치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한상의는 기업 구조조정 목적의 자산매입을 전문으로 하는 투자회사(CR리츠) 설립 규제 완화 및 구조조정기금(캠코)에 의한 부실기업 부동산 매입,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만 적용되는 양도세 감면 등 혜택을 자발적 구조조정 추진 기업에 대해서도 적용해 달라고 건의했다.

특히 기업이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려 해도 매수 기반이 취약해 성과가 나지 않는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실제 상장 식품업체인 A사는 지난해 말부터 공장부지를 매각하려 했으나 성사되지 못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대한상의는 전했다.

금융권 주도 구조조정 불만

재계가 자발적 구조조정 지원 정책을 요구한 것은 금융회사가 이끄는 현재의 방식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당초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돈맥경화'를 풀려고 했던 취지는 무색해지고, 신용위험평가에서 B등급(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받은 정상 기업까지 자금줄이 말라 고사 직전에 놓였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건설과 조선업체들은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과 자금 회수 압박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B등급 건설업체 관계자는 "대주단 협약에서 지원방안을 약속해 놓고도 실제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이자율을 높이거나 대출금 추가담보 제공 등을 강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B등급으로 평가된 신창건설이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금융회사 주도의 구조조정에 대한 신뢰성이 더욱 떨어졌다. 금융감독원도 신창건설을 평가한 농협의 신용위험평가 적정성에 대한 특별검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주체를 금융회사에서 개별 기업으로 전환해 달라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이기적 주장이란 지적도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 거품을 빼기 위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며 "기업이 스스로 부실을 해결하겠다는 것은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피하되 기득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구조조정을 명분으로 정책 지원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들이 위기 정도를 너무 안일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위기 대책을 조율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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