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로 내몰리는 저신용자들=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신용정보회사 KCB 등에 따르면 저신용자는 지난 1월말 현재 813만8020명으로 2007년 말보다 51만4095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들의 대출 문턱이 지난해 4분기부터
높아지면서 돈을 빌릴 곳은 거의 없어졌다.
지난해 말 현재 저축은행들의 예수금(예·적금)은 60조7000억원으로 3개월 전보다 3조6000억원이나 증가했지만 대출금은 700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해 4분기 카드론 실적도 4조2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원이나 감소했다. 45개 중·대형 대부업체의 월평균 대출액은 지난해 3분기 1539억원에서 4분기 886억원으로 급감했다.
결국 불법 사채업자를 찾아가는 이들이 많아졌고 피해도 늘어났다. 금감원에 접수된 사채피해 상담과 신고는 지난해 4075건으로 전년보다 19.1%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와 3분기엔 각각 962건, 973건이 접수됐고 4분기에는 1040건으로 늘었다. 올들어서도 2월말까지 658건이 접수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대부소비자금융협회의 대부업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지난해 불법사채 피해신고도 668건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3분기까지 100∼120건 내외였던 피해신고는 4분기에 348건으로 급증했다.
◇저신용자 전용 대출…은행 적극성이 과제=불법 사채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융당국은 저신용자를 위한 전용 대출상품을 내놨다. 국내 은행들이 7등급 이하 저신용자를 위한 별도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 총 1조3600억원을 연 10%대 금리를 적용해 대출해주도록 한 것이다. 현재 5개 은행이 5900억원 한도로 판매중인 저신용자 대출 상품을 14개 은행, 1조3600억원 한도로 확대하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상품을 통해 1인당 평균 500만원 정도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하면 24만명 정도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기존에 30∼40%대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이들도 이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은행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다. 저신용자 신용대출은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 실제 대출에 적극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부산·하나·농협·우리 등 5개 은행이 총 5900억원 한도로 저신용자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 달 말까지 판매실적은 1597억원에 불과했다.
금감원은 저신용자 대출상품 판매를 독려하기 위해 은행 경영실태평가에 서민금융 지원실적을 반영하고 분기단위로 은행별 저신용자 대출판매 실적을 공개하기로 했다. 또 부실이 발생하더라도 고의 중과실이 없으면 부실 책임을 묻지 않을 방침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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