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통행 제한 조치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신변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새로운 대남압박 카드로 쓰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제기하고 있다.
◇개성공단 출입 또 중단=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남측 근로자 600여명은 13일 파주 장단면 남북출입사무소에서 하루 종일 북한의 출입동의서 도착을 기다렸다. 남측으로 돌아올 예정인 직원 2명을 기다리던 D기업 관계자는 "월요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에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9일에 이어 다시 통행 제한 소식이 전해지자 개성공단에 공장을 둔 일부 기업은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긴장된 분위기 속에 긴급 대책회의를 열기도 했다. 오는 20일 방북 예정인 유병창 엠테크놀러지 대표는 "북한이 기업인을 볼모로 남한 정부를 압박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며 "통행 제한이 반복된다면 제대로 일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현지에 있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를 통해 출·입경 동의서를 발송하도록 촉구했으나 동의서는 결국 오지 않았다. 통일부는 이날 오후 두 차례 장·차관 주재로 긴급 회의를 열었으나 성명 발표 외 별다른 조치를 내놓지 못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억류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며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답변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어떤 이유로 출·입경이 되지 않는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정·경분리 기조 포기하나=전문가들은 북한이 기존 정·경분리 기조에서 벗어나 개성공단 통행 제한을 새로운 대남압박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에는 화해적 태도, 남한엔 대결적 태도로 통미봉남하는 양상"이라며 "남측 기업인들의 불만은 결국 현 정부의 대북정책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남남갈등을 유발할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통행 재개 후 남측의 여론을 고려해 북한이 물러섰다는 남측 내 여론에 심기가 불편할 수 있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지는 않겠지만 한·미 연합훈련 기간 통행 제한이란 저강도 조치는 여러 차례 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봉조 통일연구원 초청연구위원은 "군 통신선 차단은 '키 리졸브' 실시에 대한 북한의 대응이고 통행 제한은 북한 군부가 주도한다"며 "이날 한·미연합군 훈련 일정에 북한을 자극할 만한 일정이 포함됐기 때문에 차단조치를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북한 내 군부 강경파와 경협 유지파 사이의 의견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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