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출마 “왜?”…공천부터 순탄지 않을 듯

정동영 출마 “왜?”…공천부터 순탄지 않을 듯

기사승인 2009-03-13 20:28:13


[쿠키 정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4월 재보궐선거 전주 덕진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이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전 장관의 선택은 당 지도부의 출마 만류를 뿌리친 결정이기 때문에 향후 정치생명을 건 한판승부도 예상된다.

정 전 장관은 1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13년 전 설레는 마음으로 처음 정치를 시작했던 고향으로 돌아가 새롭게 출발하겠다"면서 "전주 덕진은 나의 정치적 모태"라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이 아닌 전주 덕진에 출마한 이유에 대해 "지난번 총선 실패로 탈진한 상태에서 많은 분들이 나가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라며 "비판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달게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한때 불출마쪽으로 기울었다가 이틀 간의 막판 고심 끝에 '결심'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선후보까지 거친 인물이 수도권도 아닌 텃밭에서 정치를 재개하는 것에 대한 당내의 부정적 여론이 만만치 않다. 공천부터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덕진에 공천할 경우 '호남당'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재보궐선거에서 수도권 표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수도권과 386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최재성 의원은 "개인을 위해서 희생하는 당이 무슨 당이냐"면서 "정 전 장관의 출마에 부정적인 당심과 민심을 반영해 원리 원칙대로 공천심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정 전 장관의 복귀로 당 지지율이 올라가고, 당이 활기를 띠게 된다는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지도부는 곤혹스럽다. 정 전 장관에게 "당이 요청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나 소용이 없었고, 출마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정세균 대표는 정 전 장관의 출마와 공천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오늘 아침에 간접적으로 (출마에 관한 ) 메시지만 받았다"며 "당에 책임있는 모든 분들에게 선당후사(先黨後私)의 원칙이 중요한 덕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공천 배제'를 선택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덕진은 정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당선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당 안팎의 정동영계가 반발하면서 심각한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 전 장관은 "나는 당을 만드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라면서 "공천은 사천과는 다른 공당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공천을 배제당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며, 정동영이 당에 들어가면 민주당도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공천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핵심관계자는 "지도부와 최고위원들이 섭섭함을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공천은 감정대로만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복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정 전 장관이 원내에 재입성하더라도 덕진 출마에 대한 당 안팎의 부정적 기류를 의식해 당분간은 자세를 낮출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적당한 때가 되면 자신의 세력을 추스르면서 당권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워싱턴=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동훈 특파원,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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