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진중권 중앙대학교 겸임교수가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에 언급된 유명 인사들의 실명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17일 진보신당 당원게시판에 ‘장자연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연예계 노예계약이라는 불법과 관련된 명백한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고, 연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사태를 초래한 사건인 만큼 성 접대 받은 사람들 명단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진 교수는 연쇄살인범 강호순의 얼굴이 공개된 것을 함께 언급하며 “강호순의 얼굴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공개하지 않았냐”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젊은 연기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공범들이 누구인지 사회는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명단에 오른 당사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냥 같이 밥만 먹었다는데 함께 식사한 분들 명단을 밝히는 것으로 명예훼손에 걸리지 않는다”고 언론에 명단 공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진 교수는 논란이 확산되자 같은 날 오후 다시 글을 게재하며 “명단을 진짜로 공개하라는 뜻이 아니였다”고 해명했다.
진 교수는 “명단 공개는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강호순의 경우, 현행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언론사들은 법을 어겼다. 그러고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더라”고 적은 뒤 “이번 명단엔 언론에 관계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라. 명단 공개와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공개를 해야 한다면, 이런 경우에 해야 하는데 왜 공개를 안 하느냐. 한 마디로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이었다”고 밝혔다.
한편 각종 포털사이트에는 ‘장자연 리스트’등 제목으로 유명 인사의 이름이 적힌 명단이 떠돌며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다음은 진 교수가 진보신당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들한테 사석에서 들은 얘기인데, 장자연씨의 접대 명단에 오른 사람들의 면면이 심상치 않나 봅니다. 그 명단에는 모 신문사주 아들놈도 들어가 있다고 하고, 국회의원놈들도 들어가 있다는 얘기도 있고….
들리는 얘기가 심상치 않네요. 만약 시중에 떠도는 그 얘기가 맞다면, 명단이 공개될 경우 사회적으로 충격이 엄청나게 클 것 같습니다.
경찰에서는 아직 명단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명목으로 신원을 감춰줘야 할 사안이 아닌 듯합니다. 일단 이게 연예계의 노예계약이라는 불법과 관련된 명백한 범죄행위와 관련이 있고, 연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 사태를 결과로 낳은 사건이니만큼, 성 접대 받은 인간들 명단은 반드시 공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 운운하며 강호순의 얼굴을 공개했던 언론들, 이제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 명단들 공개 좀 했으면 좋겠네요. 이미 모든 언론사에서 그 명단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강호순의 경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법을 어기고 사진을 공개했지요?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그 명단 까야 합니다. 젊은 연기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공범들이 누구인지, 사회는 알아야 합니다.
불법이라서 안 된다구요? 강호순 얼굴 공개하는 것은 어디 합법이라서 그렇게 했나요. 명예훼손으로 걸릴까봐 겁나서 못하겠다구요? 그렇다면, 강호순 얼굴 깐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현행법으로 처벌받을 것을 각오하고 한 장한 행위가 아니라. 그렇게 해도 강호순은 살인범이라 고소하지 못할 것이라는 계산에서 한 얄팍한 행위였다는 얘기가 되겠지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명단들, 갖고 계시죠? 까세요.
본인들도 당당하다고 하잖아요. 그냥 같이 밥 먹고 술 먹는 자리에 잠깐 앉았다가 나온 것 뿐이라잖아요. 아니, 뭐 연기자랑 우연히 밥도 먹고 술도 같이 먹을 수 있지요. 사회의 지도층에 속하는 점잖으신 분들이 스물 여덟살 먹은 젊은 아가씨한테 설마 나쁜 짓을 했겠어요? 그 분들의 주장에 따르면, 그냥 같이 밥만 먹었다잖아요. 함께 식사한 분들 명단 까는 것은 명예훼손에 안 걸립니다. 그러니까 안심하고 까세요.
같은 날 오후 올라온 글 전문
한국에서는 소통이 참 힘든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보고 황당해서, 피장파장의 반어법을 사용한 것을 글자 그대로 직설법으로 이해한 분들이 계시네요. 아침부터 기자들로부터 전화가 몇 통 걸려왔는데, 정말로 공개하라는 얘기로 받아들인 것 같습니다. 멘트를 따려고 전화를 했길래, 그런 뜻이 아니라고 일축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기사들이 좀 이상하게 나가는 게 있네요. 쩝....
다시 말하지만 명단 공개는 현행법상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강호순의 경우, 현행법으로 금지되어 있는데도 언론사들은 법을 어겼습니다. 그러고도 아무 제재도 받지 않더군요. 그런데 이번 명단엔 언론에 관계된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얘기가 들리더군요. 명단공개와 공익이라는 관점에서 공개를 해야 한다면, 이런 경우에 해야 하는데 왜 공개를 안 하느냐... 한 마디로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신정아때 어느 신문사에서는 심지어 그의
누드 사진까지 '국민의 알 권리'라며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왜 이런 경우에는 명단을 까지 않는지 이해가 안 되는 측면도 있구요. 여성의 경우에는 별 관계 없는 일까지 들춰내는 그들이 왜 남성들의 경우에는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는 건지, 그런 성차별적 측면도 우습구요. 한 마디로 피장파장의 어법으로 보수언론의 이중성을 비판한 것입니다.
명단의 공개는 법원의 판결을 받은 이후로 미뤄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법적인 측면과 별도로, 그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이 실제로 술자리에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윤리적 비난을 받아야 합니다. 아울러 그들이 언론이나 정치, 문화 등 사회적으로 지도적 위치에 있다면, 법률적 의미에서 피의자 취급은 안 하더라도, 윤리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인물로서, 사건의 법적 처리와 별도로, 나중에 언론에서 그 이름을 밝히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