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로 빠지는 기초생활보장제…부정수급 관리·감독 시급

샛길로 빠지는 기초생활보장제…부정수급 관리·감독 시급

기사승인 2009-03-17 17:54:05
[쿠키 사회]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신빈곤층 발굴 뿐 아니라 부정수급을 관리·감독하는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 한정된 예산이 정부 지원이 절실한 사람에게 돌아가지 않고 엉뚱한 사람에게 지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부정 수급 백태=2003년 서울에 사는 박모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돼 2007년까지 생계 급여를 받았다. 그러나 2007년 산업재해보험급여 수령자 일제 조사 결과 박씨는 산재보험·국민연금을 중복 수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7년 1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된 서울의 한 60대 부부도 금융 재산을 조회한 결과 차명계좌에 7100만원을 넣어둔 것이 드러나 수급이 중단됐다.

재산을 친척 명의로 돌리거나 소득이 없다고 신고하는 경우도 많다. 최모씨는 금융 재산 5500만원은 장모 명의로, 2000cc 자동차는 동생 명의로 등록해 기초생활 급여를 받았다. 영세 자영업자인 박모씨는 소득이 없다고 주장해 기초생활 급여를 받았으나 조사 결과 매월 80만원의 소득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친척집에 거주하면서 월세 임차계약서를 허위로 작성, 임차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기초생활급여로 받은 사례도 있다.

한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시의원을 동원해 복지 공무원을 압박, 부정 수급을 받은 경우도 나왔다. 경기도의 한 주민센터 사회복지 공무원은 “준중형차나 고급차를 타고 다니는 수급자, 생계비를 타서 자녀 유학을 보내는 수급자도 있다”며 “복지사끼리는 아마 전체 3분의 1이 부정수급자라는 농담도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에 따르면 부정 수급자가 2004년 2792가구에서 지난해 9288가구로 3.3배나 증가했다.

◇부정 수급 감시 대책은= 중앙정부 차원의 수급자 관리 필요성이 증대되자 복지부는 지난 1월부터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한 ‘기초보장관리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초보장관리단은 현재 16명으로 서울과 경기 지역 만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돼 한계가 있다.

일선 주민센터의 복지 공무원이 사실상 부정수급을 관리해야 하지만 일선 공무원이 수급자 소득 변화를 일일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서울 상계동 주민센터의 한 복지 공무원은 “수급자 재산변동 상황을 정기적으로 체크해 수급자에서 제외시키는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면서도 “밀려드는 상담을 처리하는 데에도 손이 모자라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다른 공무원도 “국세청에서도 못 잡는 자영업자 소득을 어떻게 복지사가 조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복지 전담인력 확충과 통합 전산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구인회 교수는 “담당 공무원을 늘리고 통합전산망을 구축해 복지부와 각 시·도에서 금융재산과 소득상황을 확인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조세 행정을 바로 잡아야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대 사회복지학과 이상록 교수는 “탈세나 소득신고 누락이 관행화되면서 부정수급이 횡행하고 있다”며 “복지제도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일차적으로 조세 행정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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