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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이제 우리 아들도 다른 아이들과 뛰어놀 수 있다고 생각하니 죽어도 여한이 없네요.”
1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19㎞ 떨어진 안티폴로 시내 로릴랜드에서 만난 제니코 모릴요(3)군의 어머니 마리벨(28)씨는 계속해서 감사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얼굴도 모르는 한국인 네티즌의 도움으로 선천적인 구순구개열(언청이)을 갖고 태어난 아들이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갓 걸음마를 뗀 제니코는 봉사자들을 보고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뛰어오더니 낯선 기자가 다가가자 이내 어머니의 뒤로 숨어버렸다. 마리벨씨는 “30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들이 하루 종일 어두운 방안에서 나오지 않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미어진다”며 고개를 숙였다. 제니코의 아홉 식구는 다닥다닥 붙어 있는 나무집 사이 1평(3.3㎡)도 안되는 비좁은 방에서 함께 생활하고 있다. 전기료가 비싸 전기없이 생활한지도 10년째다. 얼마 전 제니코의 동생이 태어나 사정은 더욱 나빠졌다.
제니코가 ‘행동하는 양심’ 필리핀 지부 자원봉사자 눈에 띈 것은 지난 1월. 제니코의 형이 매주 한번씩 컴퓨터를 배우러 오면서 제니코의 상태를 알게 됐다. 이후 제니코는 두차례 인근 국립병원에서 진단을 받았고 3개월 안에 수술하기로 했다. 200만원 정도의 수술비는 국내 네티즌이 십시일반 모은 후원금으로 채워진다.
행동하는 양심 문관식 대표는 “기사가 나간 이후 많은 관심과 문의가 있었다. 제니코의 수술비도 지금 모금을 진행 중에 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제니코에게 희망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티폴로(필리핀)= 국민일보 쿠키뉴스 글·사진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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