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담 일정부터 신경전… 정동영 귀국 민주당내 ‘공천 전쟁’시작

면담 일정부터 신경전… 정동영 귀국 민주당내 ‘공천 전쟁’시작

기사승인 2009-03-23 00:02:01


[쿠키 정치] 정동영(DY) 전 통일부 장관이 22일 귀국하면서 4·29 재·보궐선거를 둘러싼 민주당 내 공천 전쟁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정세균 대표는 'DY 전주 덕진 공천 불가'를, 정 전 장관은 '무소속 출마 강행'을 택하며 각자의 앞에 가로놓인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겉으로는 협력,속으로는 신경전

정 전 장관은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 대표 체제를 확고하게 지지한다"며 "정 대표는 우리 당의 대표이기도 하고 나의 대표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귀국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입국장에는 이종걸 박영선 최규식 의원과 김낙순 양형일 장복심 조성준 전 의원을 비롯해 지지 모임인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회원 2000여명이 가득 찼다.

정 전 장관은 이날 밤 전주에 내려가 지지자들을 만나서도 "서울에서 차를 타고 오면서 나의 출마를 찬성하는 사람뿐 아니라 반대하는 사람과도 두루 통화했다"며 "저의 출마 문제로 걱정이 많으실텐데 걱정이 안되도록 해드리겠다"고 지도부와의 협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 대표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정 전 장관뿐만 아니라 잠시 당 밖에 나가 있는 인재들까지 모두 하나가 돼야 한다"며 야당의 화합과 단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속내는 다르다. 첫 면담 일정을 잡는 것에서부터 갈등을 드러냈다. 당초 정 대표 측은 23일 오후와 24일 오전 시간을 제안했지만 DY는 귀국 당일 만날 것을 요구했다. 정 대표는 '일을 빨리 하려고 하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뜻의 사자성어인 '욕속부달(欲速不達)'을 인용하며 당일 만남을 거절했다. 진통 끝에 양측은 24일 오후 비공개 만찬 회동을 갖기로 한발씩 물러섰다. 향후 둘 사이의 대화가 결코 쉽지 않음을 드러내주는 대목이다.

기로에 선 정-정(丁-鄭)과 민주당

DY의 복귀는 DY 자신과 정 대표 모두에게 정치적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DY는 전주 덕진 공천 배제시 무소속으로 출마할지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대선 후보가 당을 버렸다"는 당 안팎의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전국 정치인에서 지역 정치인으로 입지가 크게 약화될 수도 있다.

반면 정 대표는 '개혁 공천'을 주장하며 DY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가 당이 분열될 경우 책임을 져야 하고, 공천을 줬다가 부평을 등 수도권에서 참패할 경우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신 계파 갈등은 확산되고 있다. 당내 비주류 모임 '민주연대' 지도부인 천정배 의원은 "전주는 원래 그의 지역구이고 정치적 고향이니까 나가는 게 자연스럽다"고 정 대표를 압박했다. 구 민주계의 DY 지지가 확산되는 것도 민주당의 균열을 암시하고 있다.

발 묶인 전략공천

당 내홍이 거듭되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공천 작업도 순탄치 않다. 민주당은 덕진과 부평을에 전략공천을 한다는 방침이나 DY의 거취가 불분명해 후보 선정 작업이 제 속도를 내기 힘들다. 전주 완산갑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 등 11명이 출사표를 던져 혼전 양상이다. 경북 경주는 당 지도부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누나인 유시춘씨에게 의사를 타진하고 있으나 성사 전망이 불투명하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이 시끄러우니 뜻있는 외부 인사들이 들어오려 하지 않고 있다"며 "하루빨리 DY 문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엄기영 기자, 사진= 이병주 기자
eom@kmib.co.kr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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