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전 청장 돌연 출국 배경있나

한상률 전 청장 돌연 출국 배경있나

기사승인 2009-03-23 17:33:03
[쿠키 경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 1월16일 청장직을 사퇴한 지 두 달 여 만에 다시 뉴스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이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한 전 청장이 추 비서관의 청탁 대상에 있었는가가 이슈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전 청장이 지난 15일 돌연 출국했다는 것. 한 전 청장이 행적을 감춤에 따라 진실 규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태광실업 세무조사와 골프회동 막전막후

국세청은 지난해 7월 태광실업과 박연차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고 11월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박 회장이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차명거래해 거액의 차익을 얻고 홍콩법인 APC에서 차명으로 700여억원의 배당이익을 받은 뒤 200억원 이상 세금을 포탈한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2월12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후 한 전 청장은 같은 달 25일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측근,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 등 현 정권 실세와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골프 및 식사를 했다.

이 모임에 대해선 두가지 해석이 제기된다. 한 전 청장이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한 ‘청탁 자리’인 동시에 현 정권 실세들이 한 전 청장을 다독거리기 위한 모임이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와관련, 일각에선 “한 전 청장이 실세들에 민원할 게 있었다기 보다는 그들이 오히려 한 전 청장에게 민원할 일이 많지 않았겠냐”는 얘기가 들린다. 즉 한 전 청장이 박 회장을 세무조사하면서 전 정권의 비리는 물론 박 회장과 연루된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까지도 파악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박 회장과 연관된 현 정권 인사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한 전 청장을 찾으려 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 전 청장 출국은 타의에 의한 것?

한 전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 사건이 불거지자 검찰은 고소·고발이 있으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시민단체는 물론 여야 국회의원들도 수사 촉구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고소·고발이 없다며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는 사이 한 전 청장은 출국해 버렸다.

하지만 핵심은 고소·고발 여부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시절 그의 재산 조사를 했던 것과 관련, 한 전 청장이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지 않을 수 없고 모종의 압박카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켠에선 박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현 정권 인사들의 연루가 밝혀진 것과 관련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있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건너뛰고 이 대통령을 따로 만나 보고했을 정도로 정치적 파괴력이 있는 내용을 한 전 청장이 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국세청 안팎에선 한 전 청장이 자의로 출국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가 현 정권 인사들까지 확대되면서 전후 내막을 전부 아는 한 전 청장에게 잠시 피해 있으라는 의사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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