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스포츠]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압박의 진원은 죽마고우인 원주 동부 전창진 감독.
전 감독은 25일 서울 태평로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유 감독을 향해 “다음 시즌에도 유재학 감독이 남아있는지 지켜보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학창 시절부터 농구를 함께 해온 절친한 사이인 두 감독이 우승을 놓고 경쟁을 펼치다 던진 우스개가 원인을 제공했다.
전 감독은 우스개임을 전제한 뒤 “유 감독이 정규리그 도중 모비스가 역전 우승에 성공하면 내년에 은퇴하겠다고 말했다”며 사퇴를 압박(?)했다. 두 감독과 취재진, 배석한 함지훈과 김주성마저 픽 웃음을 터뜨린 대목이었다.
이에 유 감독은 “전 감독과 원주 동부가 운이 없었다. 부상 악재가 겹쳐 동부 입장에선 운이 없어 우승을 놓친 안타까운 한해였다고 생각한다”며 ‘절친’의 마음을 달래려했다.
하지만 전 감독은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사퇴 약속에 대해서는 왜 언급하지 않느냐”며 유 감독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머쓱한 표정의 유 감독은 “(그런 말은 한 때가)5라운드 울산 경기였는데 3.5 경기 차이 정도 나는 상태였다.
아무리 승수를 많이 쌓아도 우승이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친구 우정이 돈독해 도와줘서 (우승이 가능했다). 전 감독이 강력히 원한다면… 몇 년 뒤에 은퇴하겠다”고 슬쩍 받아넘겼다.
평소 절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감독직을 소재로 삼은 ‘블록버스터급 우스개’였던 셈이다. 유 감독의 언급 이후 동부는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하며 내리막을 달렸고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조직력으로 승수를 쌓아가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따냈다.
동부가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불가능했던 우승이었기에 당시 유 감독은 ‘감독직을 건’ 우스개를 던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선 비록 ‘절친’에게 당했을지라도 역전 우승을 당한 전 감독의 마음이 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전 감독은 “(사퇴가 어렵다면) 보너스라도 나눠 써야 하는 것 아니냐”며 떼를 썼다. 정규리그 우승을 놓친 아쉬움이 묻어나는 동시에 친밀감의 짖궂은 표현이기도 했다.
유 감독은 “요즘 사정이 어려워서…”라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전 감독은 “그럼 우승을 하지를 말았어야지”라며 유 감독의 말꼬리를 잘랐다. 전 감독은 “어렵다 어렵다 하는 데 이렇게 좋은 자리 만들어놓으니 미디어들도 많이 오지 않느냐”며 “프로농구 보도가 신문이고 방송이고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플레이오프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죽마고우 사이에서만 가능한 ‘원초적 질투’였지만 전 감독의 표정에선 농구 흥행을 위해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드러나 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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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래◀ WBC 병역면제 줘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