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친이계 의원은 29일 박연차 회장 수사와 관련, ‘여권내 컨트롤 타워가 있느냐’는 질문에 “컨트롤 타워는 검찰”이라고 답했다. 통상적으로 검찰에 의한 대규모 사정작업은 청와대 및 여권 핵심들과 교감상태 하에 이뤄져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른 듯하다. 여권 내부는 박연차 리스트에 속수무책이다.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의원들 이름만 들여다보는 형편이다. 여당 고위관계자가 검찰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잘 모른다”는 답변만 들었다. 실세로 통하는 여당 중진의원은 사석에서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 지 모르겠다”고 역정을 냈다는 후문이다.
여권내 강경파들은 ‘박연차 정국’을 ‘분위기 쇄신의 기회’로 파악한다. 친이계 다른 의원은 “지난 1년간 야당은 무조건 반대만 외쳤고, 여당은 나쁘게 말하면 사보타주 상태 아니었나”라며 “여든 야든 정권을 무서워하지 않는 상황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국 자체를 검찰 수사에만 맡겨두는 상황은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 지역 초선의원은 “박연차 리스트에 70명이 있다고들 하는데, 현재 수사받은 5, 6명을 제외한 나머지 60명 이상은 어떻게 처리할 지 모르겠다”며 “결국 정치권 전체가 몹쓸 집단이 돼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인데, 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플러스가 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협조없이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운데, 박연차 파동으로 정치권이 당분간 움츠려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K 지역 출신 의원은 “언론보도를 보면 전별금 받은 것, 여행경비 받은 것까지 모두 불러 수사하는 듯한데,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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