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숙명여대에 다니는 김지수(20)씨는 지난 2월 고향인 전남 광주를 떠나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어머니와 함께 1주일 넘게 학교 인근 전세와 월세방을 둘러봤지만 수천만원대의 목돈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결국 한 달에 35만원짜리 3.3㎡(1평) 남짓한 고시원을 택했다. 김씨는 "부모님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기를 바라셨는데 방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며 "집으로 가시는 어머니가 울어서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대학생의 거주지가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주거생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YMCA는 지난 1월부터 2개월 동안 전·월세, 하숙, 고시원 등에서 거주하는 전국 대학생 503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주거실태'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9.9㎡(3평) 이하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2003년 7월 법제화된 주택법의 최저 주거기준인 12㎡보다 작은 쪽방 수준이다.
인하대 시각디자인학과 4학년인 신유현(22·여)씨는 학교 근처의 보증금 200만원에 월 25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자취를 한다. 방이 비좁은 데다 통풍도 시원치 않아 밥을 해 먹으면 옷에 냄새가 밴다. 부산에서 올라온 지 4년째인 신씨는 "싼 맛에 산다. 그래도 3평짜리 방이 지금껏 살았던 곳 중 가장 넓다"고 했다.
이화여대 수학과 박지혜(20)씨도 서울 노고산동 8.25㎡(2.5평) 짜리 원룸텔에서 살고 있다. 고시원과 달리 개인화장실이 있지만 월세는 40만원이다. 박씨는 생활비와 수백만원의 등록금을 벌기 위해 과외를 3∼4개 하고 있다.
대학생들은 경제적 문제 외에도 군 입대, 어학연수 같은 생활 변화가 많아 쉽게 옮길 수 있는 주거 형태를 선호한다. 학교 기숙사에는 들어가기도 힘들지만 다른 학생들로부터 사생활을 침해받기보다 혼자 생활하기를 바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학교와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면도 있다. 대학 기숙사 수용률은 전국적으로 평균 15%에 불과하다. 수도권은 평균 12.9%로 더 열악하다. 교육기본법 제27조는 "국가가 학생복지주택의 건설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하고 실시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돼있다. 서울 YMCA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학교와의 접근성 등을 이유로 제한된 조건에서 주거를 해결한다"며 "정부의 주택보급 노력과 각 대학의 기숙사 확대 노력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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