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4월이요? 붕 뜨게 생겼지요. 캄캄합니다."
31일 오후 서울 강남의 A자동차업체 영업소. 3월 실적 마감에 막바지 판촉 작업으로 한창 분주해야 할 때이지만 매장 안은 한산했다. 영업소 앞에는 직원 3∼4명이 모여 담배를 피우거나 자판기 커피를 홀짝거렸다. 다들 4월 판매만 생각하면 속이 탄다고 했다.
한 영업사원은 "어제와 오늘 차량 출고 시점을 5월 이후로 늦춰 달라는 전화를 2통 받았다"며 "설득을 해도 안 통해서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직원은 "조금만 참았다가 차를 사면 세금을 왕창 깎아준다는데 나 같아도 지금은 안 사겠다"며 "올 1∼3월 실적이 저조했는데 4월은 더 안 좋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자동차 내수판매가 막혔다. 지난 26일 정부가 5월부터 노후 차량 교체시 개별소비세와 취득·등록세를 70% 감면해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알려진 이후다. A사 서울 동대문 영업소 관계자는 "이번주 들어 한대도 팔지 못했다"며 "문의 전화는 꾸준히 들어오지만 기존 주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 있는지를 묻거나, 감세 혜택은 언제부터 가능한지 알려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업체 영등포 지점은 "고객들이 방문해도 출고 시기를 저울질하다 돌아간다"며 "감세가 시행돼도 혜택이 없는 경차는 그런 대로 판매가 되지만 대형차, 레저용 차량(RV) 주문은 뚝 끊겼다"고 말했다. B사 강북지역 지점 영업과장은 "어제 출고 예정이던 고객이 선수금을 내지 않고 출고 시기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며"4월은 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점은 4월 내수 실적이 20% 정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일선 영업소들은 시장을 살리겠다는 정부 방안이 오히려 시장을 죽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C사 강원도 한 지점장은 "노후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고객들도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혜택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 심리에 차량 구입을 꺼리는 상황"이라며 "이왕 지원책을 내놓을 거면 최대한 빨리 방안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D사 인천지역 대리점 관계자는 "정부가 노후 중고차의 구체적 보유기간 제한이나 감세 소급적용 여부 등을 밝히지 않다 보니 고객들에게 내용을 알리고 싶어도 설명할 게 없다"며 "4월의 시장 혼란은 고스란히 업체가 떠안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완성차 업체 본사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1일 4월 판촉 조건을 발표해야 하는데 시장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각 업체들은 이날 영업본부 회의를 열고 4월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자체 할인 폭은 얼마로 정해야 할지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했다.
정부는 아직 당정협의 등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세금 감면안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이 노사관계 선진화에 대한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 못하면 시행 자체를 전면 유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일단 공이 업계로 넘어갔으니까 업계의 진행 상황을 보고 향후 추진 일정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김현길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