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5일 “단기적으로 남북 관계는 경색되겠지만 북미 관계가 풀리는 과정에서 유연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온 남북 관계는 로켓 발사를 기점으로 최악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 10·4 선언 이행 여부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던 남북은 하반기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에서 ‘치킨게임’을 벌였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남한은 이에 금강산 관광을 아예 중단해버렸다. 이어 지난 3월 북한은 한·미 키 리졸브 합동군사 훈련을 빌미로 군 통신선마저 차단하고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했다. 최근에는 현대 아산 직원 유모씨가 북측에 억류된 상태다.
정부는 로켓 발사 제재 차원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가입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PSI에 가입하게 되면 북한은 대응 조치로 대남 압박 조치를 추가로 취할 수도 있다. 유모씨의 신병을 계속 북측에 둔 채 재차 개성공단 출입을 제한하거나 서해 도발 등도 예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북미 대화의 진전에 따라 대남 조치의 수위가 조절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목적 가운데 하나가 대미 협상을 통해 대외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통미봉남 방식으로 현안을 풀어가려고 하겠지만 6자 회담의 중심 국가인 미국과 중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요구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적절한 제재 조치 후 대북 특사 파견을 통해 여기자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때 북한은 전례대로 미국측에 에너지와 식량 지원 등을 요구할 수 있다.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은 우리 정부의 협조를 통해 이 부담을 덜 필요가 있다.
그동안 북한은 남한의 식량 지원 등을 거부해왔지만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남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데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로켓 발사에 대해 경고했지만 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4일 “상생과 공영이란 대북정책 기조는 변하지 않고, 대화의 문도 언제나 열려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북미 협상이 교착될 경우 남북 관계의 냉각기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 또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던 북한이 1993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요구를 거부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뒤 통미봉남했던 것처럼 북미 대화의 진전 속에서 남한을 의도적으로 배제할 가능성도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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